정부 숙의민주주의 모델로…첫 토론회
광산구 주최 찬반 대결…2차도 이어가

▲ 25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록습지보호지역 지정 주민토론회’ 현장.
 광주 광산구 황룡강 장록습지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놓고 찬반 양측이 토론회를 열었지만, 첫 만남에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장록습지는 도심 속에 위치하며 생물다양성이 검증돼 중요한 생태재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낙후된 지역 개발을 원하는 인근 주민들의 숙원과 충돌하면서 보호지역 지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5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찬반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장록습지 보호지역 지정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무총리실의 제안을 받아들여, 광산구가 기획해 진행됐다. 광산구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장록습지의 문제는 광산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화두”라면서 공론화를 통한 숙의민주주의를 제안했고, 광산구가 이를 받아들여 처음으로 찬반 양측이 만났다.
 
국립습지센터의 장록습지 정밀조사 발표자료.

▲찬성 “생태다양성 우수 국가대표 습지로”

 토론회에는 국립습지센터 이정환 센터장과 광주시 송용수 환경정책과장의 발제에 이어, 찬성 측 패널로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 한국환경재해연구소 양해근 소장이 나섰고, 반대 쪽에선 송정1동 주민자치위원회 노남기 위원장, 광산발전단체장협의회 김성도 운영위원이 나섰다.

 이날 국립습지센터가 발표한 ‘장록습지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록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 새호리기, 흰목물떼새 등 총 661분류군의생물이 살고 있다. 특히 60년 이상 자연적 지형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어 생태적 기능이 우수한 습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광주 도심지와 인접해 있고 곳곳에 공원과 체육시설이 설치돼 있어 인간 간섭 위협이 크다. 또 지류하천으로부터 생활하수와 오수가 함께 유입되는 등 관리 및 보전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습지 보전·복원 사업 등 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데 정부 지원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또한 습지방문자센터를 설치해 습지탐방프로그램, 전문가 강좌, 해설사 양성, 기획전시 등을 진행하게 된다.

토론회 참석자들.
 
▲반대 “낙후된 주민 삶 개발 제약해선 안돼”

 찬성 측은 도심 속에 위치한 장록습지의 생물다양성과 환경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며 “꼭 국가습지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환경생태적 효과 뿐 아니라 개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광산구가 국가대표 습지를 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주 도심의 중앙부에 우수한 습지가 있다는 건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며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개발방식과 다른 체계적인 질적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처장은 “개발자 입장에선 최대한 양적으로 많은 개발을 하면 수익이 날 것”이라며 “그러나 그 사람들은 돈벌고 떠나면 그만이지 않나. 남아서 살아갈 사람들과 주변에 사는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요즘 ‘습세권’이란 말을 쓰는 것처럼 조화롭게 질적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환경재해연구소 양해근 소장은 “장록습지가 훼손되면 신안·무안 등 영산강 줄기의 다양한 생태계 자원이 유지될 수 없게 된다”며 “최소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는 광산구에서 지혜를 짜내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반해 반대 측으로 나선 주민들은 침체돼 있는 광산구의 현실을 호소하며 “황룡강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정1동 주민자치위원회 노남기 위원장은 “광산구가 너무나 소외돼있고, 구도심화돼 있어서 주민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이런 가운데 또 (보호지역 지정으로)규제가 들어온다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신시가지 개발이 이뤄지는 가운데 도심 속에서는 동물들도 살기 어렵다”며 “동물들이 살 수 있게 민가가 없는 쪽으로 구간을 조정해달라”고 말했다.

 광산발전단체장협의회 김성도 운영위원은 “광산구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주민 참여 속에서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광주송정역 KTX수용인원이 하루 2만명이고. 주차시설 1000면 정도로 주변이 사실상 아수라장이 되고 있어 황룡강 천변 이용이 불가피하다”며 “자연보호를 위해 개발을 멈춰야 하냐”고 따졌다.

 한편 광산구는 찬반 양측이 처음으로 서로의 입장을 교환한 이날에 이어, 토론회를 더 이어갈 예정이다.

 국무총리실은 주민들이 장록습지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면, 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갈등을 조정한 모델로 삼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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