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형 현장실습…끔찍한 죽음들
학생 당사자 목소리로 바꿔 나가야

▲ 고 이민호 학생 1주기 추모문화제.
 광주 특성화고 13개 학교 중 12개 학교로 구성된 직업계고 학생연대와 만났다. 지난 2월12일 광주YMCA에서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직업계고 학생연대가 첫 간담회를 가진 것. 올해 고3 진학을 하는 학생들의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참여자들은 학생회에서 간부를 맡거나 현장실습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이었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일련의 사건을 보고 학생들의 낯빛이 흐려졌다.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아직까지 의식불명인 기아차 광주공장 김민재 학생, 상품 해지업무를 맡고 콜 수를 채우지 못해 스트레스 등으로 생을 마감한 LG유플러스 홍수현 학생, 2017년 제주음료공장에서 작업책임자 없이 혼자 일하다가 기계 오작동으로 프레스에 압사당한 이민호 학생.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현장실습생의 죽음에 학생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잇따른 실습생의 죽음과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폐지에 민관이 한 목소리를 냈다. 작년 학습형 현장실습 도입배경이 그러했다.

 교육부가 2019년 돌연 취업률 저하와 기업의 참여율 저조를 이유로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학교로 복귀율이 낮아졌고 전공 관련 업무가 높아졌는데 왜 교육부가 정책을 바꿨는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2학년부터 주 2~3회 학교와 현장을 오고가는 도제 때문에 교실은 붕괴됐다고 한다. 도제참여자를 제외하고 남겨진 학생들은 수업도 받지 못한 채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전공수업이 1, 2학년 때보다 고3이 훨씬 많은데 수업을 받지 못해 전공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가림막 없는 화장실로 낯 뜨거운 상황이 자주 생겨도 학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실습장에서 실습을 하고 난후 씻을 수도 없이 샤워실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어른들도 일하기 싫은 곳에 학생들을 내보내는 현실을 답답해했다.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현장에 왜 굳이 조기취업을 시키는지 묻는다. 학생들은 학생회 간부로써 학생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숙제가 주어져 부담스럽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들의 진지한 표정과 말투, 자기 권리를 찾아가는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장실습생이 다니는 사업장 내 노동조합이 실습생의 안전과 근무조건에 대한 감시의 역할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장실습생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이 곳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한 세대가 연결되어 있듯 아동·청소년·청년·성인·노인노동 또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을 잇는 노동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앞으로 직업계고 학생연대가 왕성한 활동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힘차게 냈으면 좋겠다.
광주시교육청 내 안심알바신고센터 062-380-8998.

박수희 <안심알바신고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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