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대 신부 “광주 정신적 지주에
‘파렴치’ 표현, 광주 명예훼손”
“전두환 광주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역사, 또 법정 세워야”

▲ 고 조비오 신부 유족 조영대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지난해 8월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첫 재판 이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의 불출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 측이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 조비오 신부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두환 측의 궤변에 분통이 터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후 전두환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끝난 뒤 조영대 신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동안 너무나 가슴이 미어터지는 것만 같았다”며 “(전두환 측이)자기들 입장만을 생각하는 궤변을 펼쳐나가는데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지 말로 다 못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날 전두환 측은 변론을 통해 전두환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이라고 적시한 부분을 두고 “개인에 대한 의견이나 평가일뿐 허위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모욕죄는 될 수 있어도 사자명예훼손은 아니다”는 주장을 했다.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일 경우에만 성립된다는 논리를 들이민 것인데, 조영대 신부는 “법리적인 측면은 검찰 측에서 대응하겠지만 회고록의 그러한 내용들은 우리 사제로서는 심각한 내용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측은 재판에서 ‘파렴치’라는 부분은 빼고 ‘거짓말쟁이’라는 것만 부각하면서 적당히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사제가 가톨릭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사제를 일컬어 ‘파렴치’라고 하는 것은 훨씬 더 큰 불쾌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나나 고 조비오 신부는 광주의 정신적 지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샀나”면서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큰 사제’였던 분을 향해 광주 학살자와 그를 변호하는 대변인이 그런 표현을 한 것은 엄청난 명예훼손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게 명예훼손 죄가 아니라고 접근하는 (전두환 측)자세 자체가 더 불쾌했다”며 “정말 크게 화가 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특히 “광주의 정신적 지주, 아버지와 같은 분을 두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은 5·18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겪은 광주가 명예훼손을 당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전두환이 우여곡절 끝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다음 재판에는 전두환이 출석하지 않으려 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 신부는 이에 대해 “전두환이 광주 법정에 선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재판부가 전두환의 광주 법정 재출석을 위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후 재판 진행에 있어 “전두환 측 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도 이번 한 번의 재판으로는 안 된다. 또 다시 광주 법정에 서도록 강제구인 발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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