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회의장·정부에 법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9일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에서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 국제규약 및 해외사례, 그리고 과잉금지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에 국회의장에게, 공무원ㆍ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장관, 교육부장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에게는 공무원ㆍ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소관 법률 조항 및 하위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그동안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 2013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수차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 및 차별개선에 관한 권고가 있었다.

그리고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률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인권위는 2018년 4월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사법처리 중단 및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관련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는 집단 진정사건에 대해 정책적으로 검토해 이번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ㆍ교원이 공직수행의 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헌법 및 국제규약,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의 주체가 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에 기초한 정치적 기본권’ 조항이다. 이는 ①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②자발적으로 정당에 가입하고 활동하며 ③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강한 정도의 명확성’을 요구받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과잉금지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보다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비교법적으로 볼 때, 미국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이 시민적 지위에서 행한 정치적 표현행위까지 과도하게 제한해 발전된 민주주의국가의 인권보장 수준 및 선진적인 정치제도와 사회ㆍ문화적 관용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은 공무원·교원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지위로 개인적ㆍ사회적 생활영역에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한 것인지 면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단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추상적 우려를 이유로 정치적 표현행위,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명확성의 원칙, 그리고 과잉금지원칙상의 최소 침해, 수단의 적합성, 법익균형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선진 민주국가의 ‘기능적 권력통제’로의 기능 변화와 맹목적인 정책 집행 담당자가 아닌 내부감시자로서의 공무원의 역할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공무원?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다수의견에 동의하지만, 공무원?교원의 정당가입 및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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