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강연회·영화제 대관 불허
“건학이념 기초해 불허” 불수용

인권위가 대학 내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대관을 불허한 기독교 재단 운영 대학들에 대해 차별 시정을 권고했지만, 대학들이 건학이념 등을 이유로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난해 11월12일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한동대학교와 숭실대학교의 대학 내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대관을 불허한 진정사건에 대해 집회의 자유 침해 및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해당 대학에 징계처분 취소 등 권고를 의결했다.

하지만 한동대·숭실대는 이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한동대학교는 “관련 학생들의 행위가 대학이 추구하는 건학 이념, 기독교 정신과 도덕적 윤리에 어긋나 본교의 소속 학생으로서 교육 및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들에 대해 무기정학 처분 및 특별지도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숭실대학교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동성 간 결혼 관련 이슈들을 옹호, 홍보하는 장으로 학교를 활용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기초해 불허한다”며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해당 대학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곧 종립대학이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며 “건학이념 등을 이유로 강연의 내용과 강사의 성향 등을 문제 삼아 대화와 토론, 이해와 설득이 없이 불허와 징계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차별임을 강조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한동대학교는 2017년 12월8일 관내 미등록 학생자치단체가 개최한 ‘흡혈사회에서, 환대로, 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회와 관련, 건학이념과 사문화된 학교규정을 이유로 행사 당일 징계를 거론하며 불허 통보를 했다.

또 강연회 개최 후에는 피해자들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경위서나 진술서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내렸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대학이 학생의 자발적인 학술적 행사에 대해서까지 사전검열 시도와 금지, 징계 등의 처분을 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대학 소속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을 크게 위축하는 행위”라며 무기정학 및 특별지도 처분 취소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숭실대학교는 지난 2015년 성소수자모임과 총여학생회가 인권영화제 개최를 위해 강의실을 대관신청해 허가를 받았으나,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대상 대학의 설립이념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관허가를 번복해 취소했다.

특히 향후 이러한 목적으로 개최되는 행사는 허가할 수 없음을 총여학생회에 통보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 종립학교의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학생 등학내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원이 다수 제기된다는 이유로 곧바로 행사를 불허하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위험의 예방을 이유로 행사를 불허하기 위해서는 위험 발생의 개연성이 명백하게 인정되고, 다른 조치를 취해서는 위험을 예방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야 비로소 행사를 불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숭실대학교에 향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학내 시설 대관 등을 불허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현행법 상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기관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등의 장은 그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등의 장은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이행계획을 위원회에 통지하면 되고, 권고의 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이유를 위원회에 통지해야 한다.

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1항에 따른 위원회의 권고와 의견 표명 및 제4항에 따라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등의 장이 통지한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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