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감사 관련 기자회견, 반격 나서
“문제유출 실수, 기숙사반 특혜아니지만 폐쇄”

교육청 “아전인수 해석, 사실만 지적한” 일축

▲ K고 관계자들이 22일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학생·학부모에게 사과했다.
 시험문제 유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광주의 사립고 K고가 광주시교육청 감사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는 모양새여서 결국 “우리만 문제냐는 식의 물타기 항변으로 되레 매를 벌었다”는 뒷말이 나온다.

 K고 측은 22일 오전 11시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고는 상위권 학생을 위해 성적을 조작하는 부도덕한 학교가 아니다”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K고 교장과 교감, 3학년 부장과 수학교사 등 학교 관계자 7명이 참석했고, 주로 교장과 교감이 적극해명에 나섰다.

 K고는 먼저 보도자료를 통해 “저희가 잘 하지 못한 부분과 실수, 오류가 있었던 부분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시정하고,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논란이 된 혐의들을 수용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하지만 파면과 해임, 고발 등 교사 80%가 징계를 받을 만큼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며 “지난 13일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보면서 오만한 교육 권력의 횡포에 대해 분노하며, 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억울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만 문제냐?”식 항변 되레 역풍

 K고는 “(교육청이) 언론을 통해 허위 증거를 제시해서 조직적으로 성적조작과 비리를 저지른 집단으로 매도하고, 학교에 보낸 감사 결과 공문에서는 상식적 수준의 교육과정 운영상의 오류, 학업성적 관리 등을 소홀히 한 사실만으로 교사 80%를 징계한 교육청의 이중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뒤이어 K고는 교육청 감사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에 나섰는데, 5~6가지의 반론 중 대부분은 “실수로 발생했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식으로 감사 결과를 부정하는 선에서 그쳤다.

 K고 교장은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수학 동아리에 제공된 유인물에서 기말고사 5문제가 그대로 출제된 유출 의혹과 관련해 “동아리 학생 일부는 보도를 통해 동일 출제 사실을 인지할 만큼 교사가 강조하거나 언급한 적이 없다”며 “정답률을 확인해보니 이득을 본 학생도 없다”며 “시험문제 유출이 단순한 교사의 실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감사 결과 지난달 치러진 3학년 지필고사 2차 ‘기하와 벡터’는 특정 수학동아리에 한달여전 미리 배부된 유인물 중 5문항이 그대로 출제됐고, 이에 학교는 재시험을 치렀다.

 또 지난해 1학년 지필고사 수학의 경우 절대등급 상·하에서 8문항, 토요 논술교실 유인물에서 한 문항이 출제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문항들 역시 방과후학교 ‘수학 최고급반’에서 교재로 사용된 의혹이 불거져 수사의뢰키로 했다.

 특히 K고는 “우열반은 최상위권 학생 특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위권 학생에게 필요한 영어, 수학 과목 수준별 이동수업”이라며 “오히려 우리학교는 우열반을 싫어한다. 하위권 학생들을 배려해서라도 수준별 학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적조작 아닌데 80% 징계?” 항변

 확인 결과, 우열반은 내신성적을 합해 성적순으로 반을 편성하는 것으로 현행법상 금지되지만, 2009교육과정 적용을 받은 현 고3의 경우 과목별로 수준별 학습은 권장됐고 이를 근거로 K고는 오히려 필요한 제도임을 피력했다.

 다만 상위권 학생 특혜의 온상으로 지목된 기숙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폐쇄했다”고 밝혔다. K고는 성적우수자 위주의 기숙사반 운영만으로도 상위권 특별관리 혐의가 적용된다.

 이번 시험문제 유출 건 역시 기숙사반을 중심으로 편성된 특별 동아리반 학생들에게 사전 제공한 문제들 가운데 시험문제에 그대로 출제돼 논란이 촉발됐다.

 시교육청 감사에서는 K고가 1·2·3학년 모두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 운영했으며, 기숙사 운영에 있어서도 사회적 통합대상자와 원거리 통합 대상자에 대한 고려없이 성적우수 학생을 기숙사생으로 선발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K고는 또 “학교 측은 서술형 채점 오류, 학생 과목 선택권 제한 등도 상위권 학생을 위한 특혜가 아니고 다른 학교에서도 흔히 생길 수 있거나 일반화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선생님이 신이 아니기에 채점과정에서 아무리 신중하게 하더라도 실수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사유로 징계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교사는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교육청이 파악한 K고의 점수조작 및 채점오류만 1000여 건 이상인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어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어 K고는 교육과정 편성의 불일치, 교과중심의 대입 학교장 추천, 서술형 문제의 채점기준표 미제시 등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K고 교장은 “내신보다 수능 성적이 훨씬 잘 나오는 학교인데 이 또한 내신 성적 조작과 비리로 만들어진 결과이겠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내신 5∼7등급 학생도 지역 주요 대학에 진학 시켜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실적을 냈고 교육청의 학생·학부모 상대 만족도 조사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은 학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시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결정해 놓은 듯 범죄자 취급하고, 자백을 강요하고, 인격과 인권을 무시해 감사를 벌였다”며 “형평에 맞는 철저한 조사와 감사로 교육 불신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22일 K고 학부모들이 광주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한 모습.|||||
 
▲교육청 “시험 문제 유출 사실”재확인

 K고가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현장에 있던 광주시교육청 관계자가 착잡한 표정으로 감사결과를 재언급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K고는 학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말한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맞느냐 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다. 해석에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번 감사는 문제유출에서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감사보고서에 ‘성적을 조작했다’는 내용은 한마디도 없다”며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은 사실이고 그 유출을 근거로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해 지적했고, 징계를 요구한 것”이라고 감사결과를 명확히 했다.

 또 “수준별 이동 수업 부분에 있어서 내신성적을 합산해서 반을 편성했다면 우열반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답안지 재채점에 대해선 “같은 답인데 일부 학생만 올려주고. 다른 학생들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처음 출제할 때부터 주관식 기준(채점기준표)이 없었던 것도 큰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육청 설명을 듣던 K고 측 관계자들이 또 다시 “수준별 이동수업은 과목별 수준별수업이었고, 국어는 따로 일반적인 수업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펼치며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앞서 고려고 학부모 40여명은 조속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며 장휘국 교육감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됐고, 학부모들은 K고 기자회견이 열린 교육청 별관 앞 계단에서 ‘표적감사 사과하고 장휘국은 사퇴하라’ ‘아이들을 위한 학교 정상화가 최우선이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

 시 교육청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K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출제, 우열반과 기숙사 운영, 과목선택 제한, 대입학교장 추천 등에서 상위권 학생에게 특혜가 있었다고 보고 교장(파면)·교감(해임) 등 6명 중징계, 교사 48명 징계 또는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이 중 30여 명은 징계가 아닌 행정처분 대상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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