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화” 이번엔 ‘광주만의 대중가요’
“광주 정체성 이해 부족…하드웨어만 고집”

“공감대 없는 행정 주도 인위적 접근 실패 가능성 커” 지적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 식당에서 선보인 주먹밥. 광주시는 공모 등을 통해 올해의 대표음식으로 주먹밥을 선정했지만, 이것만으로 실제 주먹밥이 광주의 대표적 먹을 거리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대표음식에 이어 이번엔 광주를 대표하는 ‘대중가요’다. 광주시가 가칭 ‘광주의 노래’라는 광주만의 대중가요 만들기에 나선 것.

 ‘광주다움’, ‘광주만의’를 강조하면서 툭하면 대표나 상징물을 만들겠다는 광주시의 의지가 자칫 치적쌓기를 위한 ‘과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선7기 이용섭 광주시장 체제 들어 ‘광주’를 앞세운 사업과 정책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 시장은 올해 1월 ‘품격있는 문화도시 광주’를 위한 문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의향·예향·미향에 기반한 광주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자원을 발굴해 브랜드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위 ‘온리원(Only-One)’ 브랜드를 발굴,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광주 대표음식 선정’이었다.

 전주 비빔밥, 안동 찜닭처럼 광주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을 선정해 육성하는 한편, 광주미식여행 등 관상상품으로까지 연계시켜보겠다는 취지였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광주상추튀김 △광주오리탕 △광주한(정)식 △광주송정리떡갈비 △광주주먹밥 △광주팥칼국수 △광주육전 △무등산보리밥 △광주애호박찌개 등 9개 후보를 놓고 대표선정에 나섰는데, 이중 한정식과 애호박찌개 2개를 제외한 7개 음식이 광주 대표음식으로 선정됐다. 광주시는 이중 주먹밥을 ‘2019년 올해의 음식’으로 선정하고 앞으로 매년 ‘올해의 광주대표음식’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5·18타워, 대표음식, 다음은?

 공연, 예술, 조형물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사업이 잇따라 추진됐다.

 시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던 상무지구 빛엑스포 주제관을 ‘광주공연마루’로 재정비하고 이곳에서 국악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만의 독창적인 공연작품을 개발, 상설공연화한다’는 취지다.

 여기다 광주시는 광주만의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광주문화마을’, 광주 주요 관문에 ‘광주 상징물’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외지인들이 광주에 들어올 때 ‘여기가 광주구나’하는 광주만의 느낌, 분위기, 색깔, 얼굴 이런 게 있어야 한다”며 고속도로 진입로 주변에 광주를 상징하는 역사적 조형물 설치 의지를 나타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월23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7기 문화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중점과제에는 고속도 진입로 광주상징물 설치, 충장로 아이돌거리 조성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시는 가칭 ‘광주의 노래’ 만들기에도 나섰다. 광주는 1987년 만들어진 ‘시민의 노래(박홍원 작사, 김옥윤 작곡)’가 있는데 이와 별도로 ‘여수 밤바다’, ‘부산갈매기’와 같은 ‘광주만의 대중가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명 작곡가인 김형석 씨가 지난 5월 광주공연마루에서 국악상설공연을 관람하면서 광주시에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광주시에 따르면, 작곡 사례비 명목으로 지난 추경을 통해 2000만 원 예산을 확보, 김 씨와 노래 작곡을 위한 실무 논의를 틈틈히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시민들이 행사 등에서 어울리며 쉽게 부를 수 있는 대표적 대중가요를 만들어보려는 것이다”며 “야구장, 축구장 등에서 응원을 할 때나 관광 프로그램 등에서 활용하자는 취지다”고 밝혔다.
 
▲민선7기 상징물 만들기 ‘과욕’

 시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자리에서 손쉽게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예산 낭비, 공감대 부족에 따른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광주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상징적인 노래가 있어 “광주시가 나서 대표 노래를 만드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더해진다.
광주,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오월어머니들.

 대표·상징물에 대한 광주시의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 무리수가 아니냐는 것.

 앞서 이 시장 임기 초에는 광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이른바 518m 빛의 타워 건립 추진이 거론되면서 지역이 상당히 시끄러웠었다. 일각에선 ‘광주의 노래’ 추진을 놓고 “518m 타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거센 비난까지 나온다.

 물론 광주의 자산, 매력, 가치 등을 잘 알릴 수 있는 통로와 대상을 찾고 활용하려는 광주시의 적극적인 노력은 마땅히 필요한 것이란 평가다.

 문제는 사회적 논의나 시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추진 의도와 진행 방식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양향자 예비후보가 제기한 518m 상징탑 참고 이미지. 홍보 영상 캡쳐.

 국악상설공연처럼 비교적 호응을 얻으며 안착해 가는 사례도 있지만 518m 빛의 타워처럼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대표나 상징물을 무리하게 만들려고 하다 보면 거꾸로 논란과 혼란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훈 지역문화교류재단 상임이사는 “도시브랜드 상징이나 대표성을 문화관광의 중요 요인으로 삼는 건 민선시대에서는 기본적인 흐름이다”면서도 “다만, 자연적으로 시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보여준 것이 주먹밥 대표음식 선정이라고 했다. 주먹밥 대표음식의 경우 요란한 추진 과정에 비해 결과물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나 매년 돌아가면서 대표음식을 교체하겠다는 광주시의 발표는 당초 취지나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의문점을 갖게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 대표음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20일 시청에서 열고, 기자들에게 나눠준 주먹밥 예시.

▲“공감대 없는 행정 인위적 접근”

 이 상임이사는 주먹밥 대표음식 선정 과정에 대해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광주정신과 철학을 먼저 시정에 구현하고 다연스럽게 문화관광브랜드로 연결시켜야 했다”면서 “행정의 이해, 요구를 바탕으로 일부 컨설팅, 전문가 조언만으로만으로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의 노래’ 추진에 대해서도 “광주시가 노래를 만든다고 해서 누가 그것을 ‘광주의 노래’로 생각하고 부를지 의문이다”면서 “아무런 공감대가 깔리지 않고 만들어내는 대표와 상징물은 결과적으로 치적쌓기용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전 상임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말고 또 무슨 노래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민선7기 들어 대표나 상징물 만들기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광주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꾸 ‘하드웨어’만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광주의 노래’ 추진과 관련해 광주시 관계자는 “김형석 작곡가가 나름대로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제안하면서 우리시 입장에서도 좋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며 “이제 막 의견을 나누는 단계로 구체적으로 언제 노래가 만들어질지 등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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