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벌초(伐草)를 마치고
벌초와 관련한 속담들 떠올려

▲ 민족 명절 추석을 앞두고 후손들의 벌초 작업이 한창이다. 광주드림 자료사진.
벌초(伐草)란 조상 묘의 풀을 베어 정리하는 풍속으로 금초(禁草)라고도 한다. 벌초는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진행을 한다. 봄에는 한식(寒食)에 가을에는 추석(秋夕) 무렵에 해 왔다.

한식· 단오· 칠석· 백중 등의 명절이 시대 변화에 따라 차츰 쇠퇴하고 있으나 한식과 추석 모두 전통적으로 성묘(省墓)를 하는 명절이다.

봄에 벌초할 때는 한식에 성묘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을에는 추석 전 미리 벌초를 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례(?)행사와 같은 벌초를 마치고 고향집을 나서면서 이런 풍속들이 과연 얼마나 더 유지가 될까? 그러면서 어른들한테 전해 들었던 벌초와 관련한 속담들을 떠올리면서 웃는다.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친다.” “추석 전에 소분(掃墳)을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 “제사 안 지낸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친다.” 라는 속담이 있다. 추석이 음력 8월 보름이기에 음력 8월에 벌초를 하는 것은 늦게 벌초를 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벌초를 하려면 8월전, 추석 2주 전에는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제주도 속담에 “추석 전에 소분을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 라는 말이 있다. 추석 전에 벌초를 하라는 얘기이다.

또 “제사 안 지낸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 라는 말도 있다.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남이 모르지만, 벌초는 안하면 금방 남의 눈에 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손이 귀한 집안이다 보니 조상님들이 하나같이 묘지 앞에 비석을 세우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代)가 끓기는 일이야 있으랴만 행여 사정이 있어 벌초를 못해 산소가 묵히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손가락질이라도 할까 봐서 그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도 교육상 벌초를 하고 성묘를 하면서 몇 대조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이고 나와는 어떤 관계라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알게 하려면 묘지 앞에 표지석 정도는 세워야 되지 않겠느냐 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건 그렇고, 싫은 일을 억지로 흉내만 내면서 한다는 뜻의 “처삼촌(妻三寸) 묘에 벌초하듯 한다.” 라는 말이 있다.

대충대충 성의 없이 벌초를 하는 경우에 이르는 말이다. 사실 이런 얘기를 듣게 될까봐 예초기 날을 바닥에 바짝 붙여 작업을 하다보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모습이 보기에 애처로웠던지 산림조합이나 농협에 벌초작업을 대행토록 하자는 얘기까지 나오지만 남의 손에 내 조상 묘의 벌초를 맡기고 싶지는 않다. 이는 기당 80,000 ~ 100,000원하는 대행료가 문제가 아니라 해 왔던 일이고, 나를 있게 한 조상들에 대한 후손된 도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벌초, 그냥 남들 다하는 일이지만 마치고나니 밀린 숙제 하나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하다.

그러면서 주워들었던 벌초와 관련한 속담 몇 개를 떠올려 봤다. 그래, 내일부터는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는 “벌초는 하셨습니까?” 라고 묻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이요.” 라고 하면 “아직(?)까지 벌초를 안 하셨어요?” 라면서 목에 힘을 줄지 모르겠다.
이재광 시민기자 jglee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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