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7일에 제정되고 다음해 10월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20주년을 맞이했다. 노동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생활보호법’을 노동능력이 있더라도 가난하면 국가가 지원하고 자활을 돕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바뀌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몇 차례 개정되었는데, 정부는 2020년부터 소득인정액과 부양비산정 등을 크게 바꾸기로 했다. 저소득 국민의 안정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어떻게 바뀌는 지를 살펴본다.
 
▶근로소득을 공제하여 소득평가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일 때 적용된다.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국민이 신청하면 교육급여를 받고, 44%(2020년엔 45%) 이하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의 부양비를 합친 금액이 중위소득의 40% 이하면 의료급여, 30% 이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소득인정액은 모든 가구원의 소득을 평가한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친 금액이다. 가난한 사람은 재산이 그리 많지 않기에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에 의해 좌우된다.

 소득평가액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을 합친 것인데, 가난한 사람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그리고 이전소득이 주된 소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소득 중 30%를 공제한 나머지 소득만 소득평가액으로 산정한다.

 현재도 대학생은 근로소득 중 월 40만 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소득의 30%를 추가로 공제한 후에 소득평가액을 산정한다. 내년부터 25~64세의 근로소득공제를 적용하면 2만7천 가구가 새로 수급자로 선정되고, 약 7만 가구의 생계급여액이 오를 것이다.

 근로소득을 벌기 위해 다양한 경비가 들어가기에 일부 소득을 공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근로소득의 30%를 공제하면서도 농어민과 소상공인의 사업소득 일부를 공제하지 않는 것은 이들에 대한 차별이다.
 
▶재산 공제액을 높여 소득환산액을 바꾼다

 소득인정액 중 ‘재산의 소득환산액’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소득이 많으면 최저생활을 누릴 수 있는데, 소득은 별로 없지만 약간의 재산이 있어서 이를 소득으로 환산한 액수로 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은 불만이 크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에는 일반재산, 금융재산, 자동차로 나누어 계산된다.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은 사는 지역에 따라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으로 세분하여 일부 재산을 공제한 후에 산출된다. 대도시는 5400만 원, 중소도시는 3400만 원, 농어촌은 2900만 원을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에 월 4.17%를 곱해 산출된다.

 이 공제액은 대도시는 10년간, 농어촌은 16년간 전혀 인상되지 않아서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았다. 정부는 물가상승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고려하여 2020년부터 기본재산공제를 대도시 6900만 원, 중소도시 4200만 원, 농어촌 350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예컨대, 현재 6900만 원 일반재산을 가진 대도시민의 소득환산액은 월 62만5500원이고, 중소도시민은 월 145만 9500원이며, 농어촌민은 월 166만8000원으로 산정된다. 6900만 원의 일반재산에서 연간 2000만 원 소득이 발생된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다. 2020년에 바뀌는 기준을 적용하면 대도시민의 소득환산액은 월 0원이고, 중소도시민은 월 112만5900원이며, 농어촌민은 월 141만7800원이다.

 재산에서 소득이 지나치게 많이 산출되는 문제를 완화시키려고 정부는 주거용재산의 한도를 대도시 1억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중소도시 6800만 원에서 9000만 원, 농어촌 3800만 원에서 5200만 원으로 인상한다. 이 한도액 내에서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일반재산의 1/4을 적용한다. 이를 적용해도 6900만 원의 집에서 사는 농어촌주민의 소득환산액은 월 88만6125원, 연간 1063만3500원으로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공제액을 늘리고, 월 4.17%를 연 4.17%로 바꾸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금융재산의 소득환액은 500만원 공제후 월 6.26%(연 75%)를 곱하고, 자동차는 차량가액에 월 100%(연 1200%)를 곱해 산정되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기초연금에서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전체 재산을 합친 후에 일정금액을 공제하고 연 4%를 곱해 산정되는데,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이를 참고하여 대폭 수정해야 할 것이다.
 
▶중증장애인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폐지한다

 정부는 2020년에 수급권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일부 가구에 한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즉,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가구에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있으면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여 부양의무자의 연간 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9억 원 이상 재산을 가진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다. 중증장애인 가구는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크지 않으면 부양비를 계산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조치를 환영한다.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는 상황에 모든 등록장애인이 아니라 소수 중증장애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 규모를 재추계하고 이를 토대로 2021~2023년 진행하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추가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시킬 계획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보다 빨리 추진하기 바란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비에서 불평등을 없앤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비 산정은 성별과 혼인여부에 따라 불평등이 심했다. 미혼의 자녀(아들·딸)는 기준 중위소득을 넘긴 소득인정액의 30%가 부양비로 산정되었고, 기혼의 자녀 중 아들 부양비는 30%, 딸 부양비는 15%이었다.

 민법에 따르면, 자녀는 성별과 혼인여부에 상관없이 부모의 재산을 평등하게 상속받는데, 부양의무자의 부양비를 산정할 때에는 성별과 혼인여부에 따라 달리 산정한 것은 불평등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부터 성별이나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부양비 부과율을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존 약 5만 가구의 생계급여액이 늘어나고, 약 6천 가구가 신규로 급여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는 2019년 9월부터 생계·의료급여 부양의무자의 일반·금융·자동차 재산의 소득환산율 월 4.17%(연 50%)에서 그 절반 수준인 월 2.08%(연 25%)로 낮추었다. 당초 부양의무자의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2020년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조기에 시행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다 합리적이고 빨리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부양의무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수급자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다 혁신해야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다 혁신해야 한다. 수급자의 책정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은 평균생활 수준을 반영하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포함하여 소득인정액을 보다 합리적으로 산출하며, 부양비를 적정하게 산정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기초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각종 복지급여를 신청할 때만 주는 방식에서 포괄 신청주의로 바꾸고 위기에 처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생애주기별 복지급여를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국민이 적극 신청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복지로 http://www.bokjiro.go.kr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welfare@hanmail.net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