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빈 작가 “물질만능 시대 풍자 예술”
“일부 해석 송구, 철거 요구 당혹”

▲ 작가 김숙빈 씨의 작품 ‘애인의 무게’ 중 일부. 여성의 다리를 표현한 부분.
 광주시립미술관 전시 작품이 ‘여성혐오적’이라며 철거 요구가 거세지는 데 대해 작품의 작가는 “여성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작품, ‘애인의 무게’는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입구 야외 잔디밭 공원 위에 설치된 조각 겸 벤치다. 2016년 작품이 설치될 당시엔 미술관 정문 쪽에 있다가 작품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후 지난 5월 자리를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작품을 제작한 작가 김숙빈 씨는 16일 오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작품은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며, “작품 의도와는 달리 철거 요구까지 제기되고 있어 착잡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남성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굵은 땀을 흘리며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고, 화려한 차림에 여우 모피를 두른 여성은 여러 종류의 명품 가방을 들고 웃는 모습이 연출된 작품.

 녹색당은 작품과 관련해 “비싼 가방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여성과 그로 인해 힘겨워하는 남성을 비유한 것으로 여성을 의존적, 과소비를 일삼는 대상으로 표현해 대표적인 여성 혐오 단어인 ‘된장녀’를 연상케 한다”며 지난 4월 말부터 미술관 측에 작품 철거를 요구해 왔다.
 
▲“작품에 다양한 해석 열어 놓고 듣겠다”

 이에 대해 김숙빈 작가는 “녹색당 측의 작품에 대한 해석 중 일정부분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작품이 설치되고 지난 3년 간 이 작품을 좋아해 주신 시민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철거 요구 소식을 듣고 난 후 심적으로 무척 힘들다”고 전했다.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을 ‘된장녀’로 바라보는 시각은 편파적인 해석”이라며 “여성의 외모를 이용해 남성이 감당키 어려운 소비를 하는 여성을 표현한 게 아니라 여성, 남성 모두 부유한 계층을 상징하고 있어 물질 만능주의 시대를 유머적 코드를 섞어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인의 무게 옆에 설치된 ‘아빠의 무게’라는 작품을 연관 지었다.

 작가는 “아빠의 무게 작품도 애인의 무게와 함께 연작으로 제작된 비슷한 형태의 작품”이라며 “이 작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을 건사하느라 힘든 아빠(왼쪽), 엄마(오른쪽)을 동시에 등장시켰다. 관람객 참여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두 작품 모두 벤치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작가는 자신이 그동안 환경을 주제로 한 조각 작품을 만들어왔다고도 했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주로 환경 조각을 해왔고, 현재도 환경 조각 전시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근황을 전하며 “환경과 함께 문명 비판적, 현실참여적인 작품에도 관심이 많다. 애인의 무게 작품 역시 시대를 반영한 작품으로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1967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호남대학교 미술학과와 조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8년 신세계갤러리 초대전을 시작으로 조각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 모임 회원으로도 참여했다.

 작품 철거 요구와 관련해서 작가는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지만 작품의 소유권은 미술관에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녹색당의 주장에 동의하고, 철거를 원하는지 판단이 가능하다면 작품심의위원회나 설문조사를 해서라도 여론을 파악해 추후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3안을 제시했다.
 
▲“이번 논란 공공미술 위축될까 우려”

 철거가 어렵다면, 작품해석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설명을 구체적으로 추가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작품을 던져주고 다른 시각,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싶다”며 “관람객들에게 구태의연한 설명으로 편향적인 해석만을 주입하고 싶지는 않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가 된다”는 점을 덧붙였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공공미술로서 설치된 작품이 일부 민원과 비판에 의해 철거되어 버린다면, 앞으로 작가들이 공공미술 하기가 어렵고 힘들어 질 것이다. 내가 모든 작가를 대변할 순 없겠지만, 이 작품이 그렇게 된다면 다른 예술가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무시 할 수 없다. 작가는 검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은 16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외부의 압력에 의한 예술작품의 철거는 민주사회와 공립미술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해당 작품 철거 요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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