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향후 전문가 참여 심의위 운영”
현재 “대규모땐 개방, 배이상헌땐 독자 판단”
“일관된 잣대·공정한 처분 수긍하겠나?” 제기

▲ 지난 14일 광주시의회 임시회에서 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시정질문에서 장연주 정의당 시의원이 장휘국 교육감에게 성비위 대응 매뉴얼의 일괄 적용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했다. <시의회 홈페이지 시정질문 영상 캡쳐>
 학교에서 발생한 성비위와 관련해 강력한 매뉴얼을 작동시키고 있는 광주시교육청이 제기된 문제가 성비위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참여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광주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교육청 고위간부가 성비위와 관련 ‘객관적이고 엄정한 조사심의위(가칭) 구성’을 향후 대책으로 제시하면서, 지금까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공론화되면서 제기된 문제다.

광주시교육청은 “대규모 스쿨미투 사안의 경우엔 교육청 전담팀의 인력이 부족해 외부 기관들과 협업을 했다”고 했지만, 최근 지역사회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 중 성비위 사안은 “교육청 조사 전담팀이 학생면담 등 현장 조사를 도맡았다”고 밝혀 일관적이고 공정한 잣대였느냐는 비판을 초래한 것.

 22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광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장재성 시의원이 시정질문에 나서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을 예로 들어 성비위 매뉴얼을 지적했다.

 이에 답변에 나선 광주시교육청 이재남 정책국장은 “성희롱으로 판단 후 매뉴얼대로 적용한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한 뒤 “다만 신고접수 후 조사 단계부터 ‘객관적이고 엄정한 조사심의위(가칭) 구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날 이 국장은 “광주여성단체연합과 여성단체 활동가 등 전문가들 의견을 받아들여 사안 발생 시 조사 단계부터 상담, 교직원 교육, 사후 상담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구, 조사심의위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엄정한 사안처리를 노력하겠다”고 부연 설명했다.

 “교육청이 배이상헌 교사와 관련한 사안을 성비위로 판단할 때는 외부 인사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교육청 “배이상헌 이후 외부 협조 상시적”

 실제 본보가 본보가 시교육청에 문의해 성비위 매뉴얼의 작동의 전제 조건인 성비위 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성인식개선팀 관계자는 “대규모 스쿨미투 사안의 경우, 교육청 전담팀 인력이 부족해 외부 기관들과 협업을 하지만, 개별적인 사안의 경우엔 교육청만이 조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2018년 D여고에서 피해를 호소한 학생이 180여 명에 달한 대규모 스쿨미투가 발생한 후 같은 해 9월1일부터 성인식개선팀이 꾸려져 조사단계부터 전담을 맡았고, 계속된 스쿨미투 관련 사안에선 규모가 클 경우 외부 별도 조사기관들과의 협업이 있었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배이상헌 교사 사안 때는 교육청 조사 전담팀이 학생면담 등 현장 조사를 도맡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시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에서 ‘성비위’ 조사 단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모든 스쿨미투 사건에 대해 상시적으로 외부 조사기구의 협조를 얻고 있고, 지금은 시범 운영 단계”라고 밝혔다.

 교육청이 이처럼 사안에 따라 외부 인사 등 전문가 참여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면서 성비위 매뉴얼의 작동 근거가 되는 성비위 판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9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주관 ‘성평등 학교의 방향과 수업활동 보호’ 관련 토론회 참고자료로 제공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의 ‘성희롱 판단, 수치심을 기준으로 삼을 때의 문제점’이라는 글에도 이 같은 우려가 언급됐다.

 김혜정 부소장은 “교육부 매뉴얼은 스쿨미투 당사자들, 페미니스트들, 오랜 반성폭력 운동이 일구어낸 성과기도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직위해제만 잘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이 피해자인지 알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적용하고 있는 교육부 발표, 학교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 표지.|||||
 
▲“교육청 매뉴얼 직위해제만 잘해선 안돼”

 배이상헌 교사 사안과 관련, 김 부소장은 “고발된 일련의 행위들에서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징계 혹은 제재 돼야 하며, 곧 개선됐는지 학생들에 의해서도 증언될 필요가 있다”면서 “어떤 성희롱 언행이 있었는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고, 어떤 교육적 맥락이 담겼는지 판단하는 숙의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덕교사인 배이상헌 씨는 지난해 9∼10월 1학년, 올해 3월 2학년을 대상으로 ‘성과 윤리’ 수업을 진행하면서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Oppressed Majority)’를 상영한 것과 관련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이 영화는 미러링 기법으로 가모장제 사회를 가정해 가부장제 사회를 성찰하는 내용의 영화다. 다만 여성이 상반신을 드러낸 장면과 함께 흉기를 이용해 남성을 성폭행하려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이에 일부 학생들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경찰과 교육청 조사에서 일부 학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교육부가 2019년 2월 발표한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적용해 이번 사안을 처리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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