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이상헌 교사 건] ‘성비위 매뉴얼’ 재점화
최은순 씨 전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인터뷰

▲ 최은슨 전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성비위 대응 매뉴얼 문제와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은 별개로 보자.”고 주장했다.
 “저는 이번 사안의 핵심이 ‘성 비위’ 판단 여부에 있었다고 봅니다. 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수업 내용을 ‘성희롱’으로 판단한 것이고요. 그 때부터는 매뉴얼을 따르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광주로 복귀한 최은순 전 참교육학무모회 회장은 광주의 한 중학교 도덕교사 배이상헌 교사의 성교육 수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같이 주장하며 “매뉴얼 문제라기보다 성 비위로 판단한 절차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매뉴얼 문제와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은 별개로 보자”는 주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이하 참학)는 광주시교육청이 스쿨미투 사안을 처리할 때 적용하는 매뉴얼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 교육청은 교육부가 모든 시도교육청에 보급한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스쿨미투 사안에 적용하고 있고,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뉴얼 넘어가기 전 판단의 객관성이 문제”

 “모든 스쿨미투 사안에 동일한 매뉴얼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에 대해선 지난 1년간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특히 성폭력, 성희롱, 정서적 학대 등 성비위의 종류를 구분해 매뉴얼을 세분화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먼저 재고돼야 할 부분은 그 단계(매뉴얼 적용)로 넘어가기 전, 성비위로의 판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최 전 회장은 참학이 성비위 대응 매뉴얼 제작에 참여할 당시 ‘피해자 중심주의’에 중점을 두고 조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수십 년간 학내에서 은폐되고 축소된 피해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려는 찰나, 법보다 강력한 매뉴얼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

 최 전 회장은 경중에 따른 매뉴얼 보완 요구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성비위로 판정된 교사에 대한 조치가 지나치게 엄정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특히 이번 배이상헌 교사 관련 사안에 있어 ‘경찰 통보 즉시 해당 교사 직위해제’ 등의 매뉴얼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와 관련해 최 전 회장은 신중하게 답했다.

 “저는 사안에 따라 성비위로 판단 시 직위해제 조치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을 성비위로 판정했던 과정에 대해 의문이 있어요. 이번 사안은 시교육청의 성고충 관련 신고센터로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성인식개선팀의 조사가 이뤄졌고, 혐의점이 발견된 이후엔 성비위로 확정이 됐어요. 교육청의 전담부서의 자체 판단으로요.”

 최 전 회장은 성비위 매뉴얼 적용에 앞서 초기 판단이 가장 중요하게 선행돼야 하는 데 이 점에서 교육청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스쿨미투 이전·이후 공론화, 교육청이 판 깔아야”

 “해당 사안은 도덕교과 성교육 수업 시간이 배경이에요. 수업 자료로 사용된 단편영화와 관련 발언들이 문제가 되었죠. 만약 교육청의 조사전담팀이 교과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여성단체의 자문을 통해 숙의과정을 거쳤더라면, 성급한 자체 판단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점들을 고려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 기준과 방침이 없으니 ‘그때그때 판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는 성비위 판단이라는 첫 단추부에서부터 이번 사안을 다룬 교육청의 방식을 묻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스쿨미투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는 ‘배이상헌 일병 구하기’가 아닌 스쿨미투 이후에 교육청과 조사기관이 어떻게 사안을 판단하고 접근해야 하는지부터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성평등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스쿨미투와 관련해 학생 자치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 시작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이번 사안에서의 실수와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서 성숙한 행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과연 누가 스쿨미투에 대해 학생들의 입을 막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자문해야 할 때입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제라도 스쿨미투 이전과 이후를 공론화 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제대로 논의해보아야 합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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