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놀 때 제대로, 몸과 마음 한 뼘 더!
학년별 상상놀이 Day…“수업만큼 중요”

▲ 1학년 학생들이 만든 놀잇감. ‘종이박스 미로’.
‘잘한다’는 칭찬이 반드시 ‘자란다’로 이어질리 없다. 만약 점수만이 매겨지는 시험공부에 온 에너지를 쏟게 된다면, 몸과 마음은 어느새 성장할 동력을 잃게 될 터.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맘껏 뛰어놀 때 몸과 마음의 성장판이 활짝 열린다는 뜻이다.

 광주계림초(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320)는 ‘놀이’로 학생들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광주시교육청 ‘놀이문화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놀이문화 확산을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교사들은 늘 재밌고 새로운 놀이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학교는 놀 시간·장소·놀잇감을 제공함으로써 ‘놀이문화’라는 토대는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이에 계림초에선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상상놀이 Day’ 주간을 운영했다. 평소 같으면 수업 시간이었겠지만, 상상놀이 데이가 열리는 날 만큼은 학교 울타리 넘어 즐거운 탄성이 쏟아졌다. 점수도 없고 경쟁도 없이 순수한 놀이 자체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상상놀이 데이 첫 번째 타자는 1학년 학생들. 17일 2~3교시 수업시간을 이용해 꿈같은 놀이시간이 펼쳐졌다. 이날 1학년 학생들은 내 급식실 앞 넓은 공터에서 직접 그리고, 오리고, 붙인 종이박스들을 연결해 거대한 미로를 만들었다. 미로 만들기는 완성과 동시에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놀잇감이 되었다.

 미로는 미로 안을 기어가며 깔깔 웃고, 친구들과 부딪힐 땐 움찔하는 학생들의 몸짓으로 꿀렁였다. 1학년 학생들 모두가 서로 다른 반인 것도 잊고, 미로라는 매개로 만나 친해졌다. 이날 신나게 미로 안을 누비던 계림초 1학년3반 조민재 학생은 “미로를 지나가면서 친구들과 부딪힐 때마다 재밌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특히 미로 입·출구는 사방에 뚫려있어도 한 번 진입하면 쉽사리 빠져나오기 어려운 촘촘한 구조로 돼 있었다. 종이박스는 학생들이 만들었지만, 놀이에 최적화 될 수 있는 구조로 완성시키기 위해 교사들이 땀 흘린 결과였다. 미로 지붕마다 중간 중간 구멍을 내 두어 폐쇄적인 환경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배려하기도 했다.
 
▲학교가 놀이연구 ‘시간·공간·놀잇감’ 제공 기본
 
 미로를 만들고 남은 종이박스들은 어느덧 다른 놀이를 위한 놀잇감이 됐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한 데 어우러져 종이박스 탑 쌓기 게임을 즉흥적으로 벌였다. 팔을 뻗고 발을 디뎌 키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종이박스를 쌓여 올렸다. 학생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놀이를 창조하고 방법을 찾아냈다.

‘상상놀이Day’에 참여 중인 광주계림초 학생들.

 같은 날, 중간놀이 시간(20분 정도로 쉬는 시간이 긴 타임)이 되자 다른 학년 학생들도 교실 밖으로 나와 학교 곳곳에서 놀이 한 마당을 벌였다. 상상놀이 데이는 날짜별로 각 학년이 참여하는 날이 달라 1학년 외에 다른 학년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놀이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각 학년 복도 공간에 마련된 ‘놀이아지트’로 향하거나 학교
주차장을 변모시킨 전래놀이공간으로 모여 들거나 학교 작은 정원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학교 곳곳이 놀이터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2학년 학생들의 ‘놀이아지트’에선 E-스포츠 경기가 한창이었다. 안면인식 모션 기술로 테니스, 야구, 댄스 등 모든 종목의 경기가 가능했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도 온 몸을 움직여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활동량이 많은 학생들에게 적격이었다. 2학년 교사들은 아지트를 꾸미기 위해 E-스포츠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중고 모니터 등을 이용, 화면을 구현해 두었다.

 학교가 놀이시간뿐 아니라 놀이공간과 놀잇감을 지원하고 제공하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놀이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고,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의무가 됐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 시간,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늘 고민거리였어요. 그러다 뜻이 같은 선생님들이 모여서 실천을 도모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계림초 1학년3반 담임 김정욱 교사도 그 교사들 중 한 명이었다.

 “교사들이 놀이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연구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놀이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의 연수를 듣거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어요. 굳이 예산이나 준비를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밌고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그 답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요.”

 기존에 계림초도 일선 학교에서 진행하는 전래놀이시간이나 중간놀이 시간을 활용해 놀이문화를 조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놀이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고, 몇몇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놀이문화 확산’이라는 본격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놀이는 학생들이 인성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데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즐거운 놀이를 지속할 수 없거든요. 함께 하는 과정에서 양보와 배려라는 미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또 교사들의 경우에는 놀이를 수업이나 교육에 접목하면서 학생들의 끊임없이 눈높이에서 고민하게 되고요. 잘 노는 것이 곧 잘 성장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버스킹 공연, 또 다른 터전…“놀이문화 확산 중”
 
 계림초는 중간놀이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고, 오전 등교 후 15분 건강걷기, 다양한 스포츠 클럽 운영 등 놀이시간부터 확보했다. 나아가 각 학년 교실 놀이터, 복도 놀이터, 저학년 전래놀이 테이핑 작업 등을 통해 놀이공간을 조성했다. 놀이 연구를 토대로 각종 놀이를 소개한 놀이백과 책도 자체 제작했다.


 그 다음 단계로 놀이문화의 정착과 확산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상상놀이 데이 운영도 그 중 하나. 1학기에 진행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어울마당에 이어 2학기에 놀이의 정점인 상상놀이 데이 운영으로 학생들은 더욱 다양한 놀이를 체험하고, 또 개발하는 주체적인 위치로 나아간다.

 그렇게 놀이문화 확산의 결과가 ‘가족과 함께하는 토요일 푸른길 걷기’나 ‘학생자치 버스킹 공연’ ‘합창부’ 활동 등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계림초 6학년 합창부 부원 정아윤 학생은 “다른 학년들과 어우러져서 함께 웃고 떠들며 노래 연습을 하고 대회에 나가는 모든 과정이 즐거움의 연속”이라면서 “아침 등굣길 버스킹 공연도 일종의 놀이처럼 즐거운 소통의 한 마당”이라고 말했다.

 계림초 합창부는 지역 축제나 합창대회에 출전해 수상경력까지 쌓아왔다.

 계림초 신명순 교장은 “학생들을 위해 설치한 해먹이 주말, 가족들과 주민들의 작은 쉼터로서 기능하고 있어 뿌듯하다”면서 “놀이문화 확산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장은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에선 교사들의 보람이 크고, 학부모들의 만족감도 높아지는 행복한 학교로 이어질 것”이라며 “즐거운 학교 만들기를 위해 앞으로도 놀이문화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948년 9월 광주계림공립국민학교로 개교한 광주계림초는 현재 572명(남 298명, 여 274명)이 재학 중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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