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서울역 지나 베를린까지
춤추며 평화하자!

▲ 영화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섬나라 아닌 섬나라가 되었을까? 100년 전 이 땅의 청년들은 목포역에서 서울역을 지나 베를린으로, 파리로, 기차를 타고 떠났다. 1927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기차를 타고 프랑스에 갔다. 1936년 마라톤 선수 손기정도 기차를 타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들의 상상력은 유라시아를 넘나들었지만 현재의 우리는 좁은 땅 안에서 전쟁의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그룹 ‘렛츠피스’. ‘평화’라는 명사에 ‘하자’라는 동사를 붙여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드러내는 그룹명을 만든 청춘들. 이 청년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평화의 기운을 모아내 지금 여기서 평화를 하자고 한다.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함께 떠날 친구들을 모집한다. 10대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고 호남선이 시작되는 첫 여행지 목포역으로 떠난다. 목포에서 서울역을 지나 베를린까지,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3개의 국경을 지나는 동안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춤을 추고 연주하고 글을 쓰며 길 위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다. 영화는 1년 동안의 평화여정을 경쾌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이들은 역 광장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며 춤을 춘다.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평화를 전한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의 유적지를 찾기도 한다. 목포에서는 목포 항일 운동 근거지인 ‘목포 청년회관'을 찾고, 천안에 갔을 때는 시신이 없어 혼백만 모신 ‘유관순 열사 초혼묘'를 찾아 참배한다. 러시아에서는 고려인 3세들과 만난다. 이들이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자 관객석의 고려인 3세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한다. 그리고 함께 고려아리랑을 부른다.

 언어가 달라도 춤과 노래를 통해 낯선 외국인들에게도 평화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남북 문제는 물론 평화에 조금도 관심이 없이 참여한 청소년들이 여행지에서 춤과 노래 공연을 하면서 세계 시민들과 소통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내 상상력은 어디에서 끊겨 있었고 왜 나의 여름휴가는 유라시아가 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이 청년들의 물음에 우리는 “유연하고 넓은 감수성”으로 답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이 재밌어하고 잘하는 것으로 평화를 이야기를 하고 그러한 새로운 언어들이 지금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렇게 역동적이고 경쾌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의 몸짓은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돌아온 그들의 일상은 여전히 평화로울 수 있을까? 머나먼 유라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월정리역을 찾는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끊어진 철길 위를 한발 한발 내딛으며 북을 치며 노래하며 나아가는 장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화하자. 춤추며 가자!!

 오는 11월5일 화요일 오후 7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 2에서 10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식 후에 상영된다.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