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은 사철 아낌없이 주는 배움터”
무등산 매개로 학년별 ‘만남·체험·도전’

▲ 무등산 중머리재를 오르다.
 학교와 인접한 곳에 광주를 대표하는 산, 무등산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다. 광주학운초(광주광역시 동구 의재로 181)에서 무등산 주변까지는 도보로 몇 분 남짓. 학운초 학생들 모두, 가장 가까이에서 무등산을 배우고 경험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2016년 빛고을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운초는 2년 전부터 ‘무등산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했다. 학년 군별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해 단계별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무등산의 사계절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을 넘어서 최종적으로는 무등산을 오르고 누비면서 직접 경험하는 게 목표다.

 1·2학년은 무등산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남’이라는 프로젝트를, 3·4학년은 무등산을 알아보는 활동을 위해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무등산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체력도 키워서 5·6학년이 되면 ‘도전’ 프로젝트를 통해 무등산 등반에 나선다. 무등산을 단순한 산으로만 보지 않고,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배움터로 여긴다.

 학년별 발달단계에 따라 무등산과의 접촉면을 확장해 가도록 구성했다. 만남 단계에서는 학교내 정원을 시작으로 동적골(무등산 자락 다님길)을 오가며 사계절을 경험한다. 이후 체험 프로젝트에선 편백숲을 거쳐 증심사와 약사암까지 도달하며 다음 과정을 준비하고, 마지막 단계로 무등산 토끼등과 세인봉, 마지막은 중머리재에 오른다.

 광주학운초 이애진 연구혁신부장은 “‘무등산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과 교사들 모두가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의 경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관련한 교과내용이 있어요. 학운초 학생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무등산이 보여주는 사계절을 온 몸을 느끼고 경험하며 행복해 합니다. 저절로 생태교육이 이뤄지는 셈이죠. 교사들은 무등산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 좋아하시고요.”
 
▲성취감·도전의식…협동·생태감수성까지

 무등산 프로젝트와 학년별 교과내용을 접목함으로써 무등산을 더 없이 좋은 교재로 활용하게 됐다. 3·4학년은 사회교과와 연계해 무등산을 비롯해 우리고장 알아보기, 무등산과 관련한 역사 알아보기가 가능하고 5·6학년은 체육교과 등과 연계해 등반 전 등반계획과 안전수칙을 세우는 등 심화학습까지 나아간다.

 사실 프로젝트로서 정례화 하기 전까지 학생들에게 무등산은 ‘가까이 있어도 먼 존재’였다.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에도 학년이나 학급별로 자율적인 무등산 체험이 이뤄지곤 했습니다. 무등산이 몇 분만 걸으면 되는 거리에 있어서 어려움 없이 체험학습이 가능했던 것이죠. 반면에 무등산을 경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죠. 대부분 무등산 인근에 살고 있는데도 무등산 등반을 하거나 무등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드물었어요.”

 이제는 학운초의 모든 학생들이 무등산을 가깝게 여기면서 동시에 ‘도전’의 무대로 여기게 됐다.

 “지난 학기 무등산을 등반해 본 학생들은 등반 과정의 어려움이나 한계들을 잘 알고 있어요. 동행하는 친구들 중에 등반 속도가 느린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알죠. 그래서 이번 등반계획을 세울 때는 뒤처지는 친구들을 배려해 속도를 맞추자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체력이 좋은 친구들이 맨 뒤에 따라가면서 친구들을 밀어주고 끌어주자는 거예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협동의 가치를 깨우친 겁니다.”

 무등산 등반은 도전의식, 성취감과 더불어서 함께할 때 빛이 나는 협력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보폭을 맞춰야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 것.

 2학기 도전 프로젝트로 중머리재 등반에 성공한 학운초 6학년 박수형 학생은 “혼자서 가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래 부르며 힘을 북돋는 등반길이 훨씬 쉽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등반 중 친구 가방 위에 나비가 앉는 것을 봤는데,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나비라 신기했어요. 중머리재에 올라갔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어서 놀랐고요. 다리가 아프고 힘들기는 했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는 풍경이 많았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직접 등반코스 기획, 후속 프로그램도

 6학년 학생들에겐 중머리재 등반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무등산 프로젝트가 끝나지만, 졸업 이전까지 다양한 교과 활동을 통해서 등반의 경험을 표현하는 활동은 이어갈 예정이다. 등반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콘테스트를 열거나 관찰 결과물로 풍경화를 그리는 등의 활동 등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이제 무등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2학년 강영준 학생은 “지난 학기 동적골 탐방에서 굽이굽이 재밌었던 코스들과 신기해서 바라만 봤던 뱀딸기” 떠올리며, “이번 학기에는 반드시 동적골 끝까지 도달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크고 작은 시행착오는 있어요. 학생들이 등반 계획을 짜더라도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교사들이 수정이나 보완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죠. 하지만 경험을 축적해 가면서 점차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무등산의 다양한 길을 탐색하고, 코스를 기획하는 단계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애진 혁신부장은 무등산 프로젝트의 확장 가능성을 말했다. 프로젝트를 계기 삼아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로 ‘교육공동체의 날-학운어울림축제’가 더욱 활기를 띠고, 무등산국립공원 연계 동아리 활동(학교 스포츠 활동) 역시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읽혀진다.

 광주학운초등학교는 1974년 3월14일 개교했으며, 현재 518명(남 245명, 여 273명)이 재학 중이고 교원수는 39명(남 5명, 여 34명)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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