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부대 지휘관들 출석, 헬기사격 ‘없었다’
문건엔“모른다”…탄약관리하사 증언과 배치

5·18민중항쟁 중 민간인을 향한 군의 헬기사격 여부의 진실을 밝히고 있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열렸다.

멀쩡히 골프를 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두환의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전두환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증인으로 나선 육군항공부대 지휘관들은 “상황에 따라 쏠 수 있었지만, 쏘지 않았다”며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11일 오후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두환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8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에 앞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알려진 전두환이 강원도 홍천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재판 불출석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었다.

오월어머니들과 광주시민들은 재판 전 광주지법 앞에서 “전두환은 참회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진실을 밝혀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피켓시위와 집회를 진행했다.

전두환은 이날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전두환 측 정주교 변호사는 “불출석은 알츠하이머 때문이 아니라, 법원이 법률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본질적 문제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왜 피고인의 출석이라고 하는 지엽적 문제를 가지고 문제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은 검사 측과 변호사 측이 신청한 증인심문으로 진행됐다. 헬기 종류, 사격음 등 세세한 내용에 대한 심문이 이뤄지면서 오후2시 시작한 재판은 저녁 8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전두환 측 변호인과 증인들이 증언 중 5·18민중항쟁을 ‘광주사태’라고 언급하자 방청석에서 항의가 나와 시민들이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재판에선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육군항공부대 예비역 지휘관들이 전두환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당시 광주에 헬기를 파견 지시했던 송진원 육군 1항공여단장. 전투형 헬기인 500MD를 타고 직접 광주에 투입된 육군1항공여단 31항공단 김동근 506항공대대장이다.

변호인 측은 심문을 통해 UH1H와 500MD 헬기 기종에서 기총소사가 가능한 지 여부와 목격자 증언과의 일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다.

증인들은 헬기사격을 전면 부인했다. 두 증인 모두 “헬기가 도심으로 들어오면 속도를 낮추는데, 그 과정에서 ‘땅 땅 땅’ 소리가 나며, 건물 사이에서 소리가 울리면서 배가돼 일반인들은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 조비오 신부 등 헬기사격 목격자들의 증언을 “오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씨는 “단 한발의 총알도 발사한 적 없다”며 “조종사는 비행기를 타면 모든 책임을 진다. 현지에 가봤더니 아니라고 판단되면 수행하지 않는다. 시가전 헬리콥터 사격은 대한민국 역사에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사격지시가 있었지만 본인의 반대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순현 장군이 도청 대공화기 제압을 지시했는데 민가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자 언짢아하시면서 못하겠다며 돌아간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목격자들이 진술한 ‘땅 땅 땅’,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등 기총소사 발사음에 대해선 “한 번 발사에 30여 발이 나가기 때문에 부우욱, 지이익 등의 소리가 난다”고 했고, “발사되면 큰 탄흔이 나오지만 발견된 적 없고, 탄피도 발견된 적 없다”고도 했다.

반면 검사 측이 제시한 헬기사격 지시나 헬기 무장 등 군 문건에 대해선 “나는 알 수 없다”, “보고선상에 있지 않았다”며 진술하지 않았다.

무장헬기가 출동했고, 진압·무력시위 등의 지시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쏠 수 있었지만 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지난 재판에서 5·18 당시 31항공단 본부 탄약관리하사로 근무했던 최종호 씨는 광주로 간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에 기관총 탄약을 지급했고, 회수할 때는 3분의 1 가량 탄약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기록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당시 헬기 기총소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증언이어서, 군 지휘관들의 증언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재판이 끝난 뒤 전두환 측 정주교 변호사는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면 총소리를 듣고 목격한 게 아니라 예광탄을 봐야 하는 것이고, 탄피나 탄피를 꽂아놓은 클립이 비처럼 쏟아지는 걸 봐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12월16일 오후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두환의 골프 영상이 공개되면서, “알츠하이머가 맞느냐”는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다음 재판에 전두환이 출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11일 재판에서 “피고인의 불출석 재판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판사는 “알츠하이머만으로 불출석을 허가한 게 아니라 피고인이 고령인 점과 재판 참석을 위한 이동 시간, 경호와 질서유지 등을 고려해 불출석을 허가했던 것”이라며 “피고인 불출석 문제가 피고인에게 권리가 제한된다거나, 특혜가 들어가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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