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처럼 펼쳐지는 등대지기의 삶

 책방을 찾은 초등하교 5학년 남자아이가 이 책을 꺼내들고 앉아 진지하게 읽고 있다.

 다가가 “이 책을 왜 골랐어?”라고 묻자 아이는 “제목에 있는 안녕이라는 말이 반가움의 안녕인지, 헤어지는 아쉬움이 담겨있는 안녕인지 궁금해서요” 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애써 침착하게 “읽어보니까 어떤 안녕 인 것 같아?”라고 다시 물었다.

 아이는 “아직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반가움이랑 아쉬움이 다 담겨있는 안녕 같아요”라고 말했고 책을 모두 읽은 뒤 이 책을 품에 안고 책방을 나서며 “다음에 엄마 데리고 또 올게요! 예지책방 마음에 들었어”라고 나에겐 웃음을 안겨주고 떠났다.

 그 후로도 이 아이의 말이 맴돌아 자꾸만 이 책을 꺼내보게 만들고 책을 추천해달라는 손님에게 아이의 말을 전하며 이 책을 소개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아이의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책의 겉표지에 있는 ‘2019 칼테콧 대상작’ 이라는 큰 글씨가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겉표지의 묘미는 벗겨봐야 알 수 있다. 등대가 지키는 바다의 낮과 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겉표지의 비밀을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탄을 숨기지 못한다. 표지부터 황홀하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등대지기가 노랫말이나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거친 바다 위, 우뚝 솟아 있는 등대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등대지기는 등대에서 무슨 일을 할까?

 어느 날, 등대에 새로운 등대지기가 왔다.

 등대지기는 도착하자마자 등대의 렌즈를 깨끗이 닦고 연료 통에 석유를 가득 채우고, 불에 탄 심지 끝을 다듬고, 태엽을 감는다,

 둥그런 방을 페인트칠 하고 업무 일지에 모든 일을 기록한다,

 종종 아내에게 편지를 써 파도에 던지고 아내에게 올 답장을 기다리며 잠든다.

 보급선이 석유, 밀가루, 돼지고기, 콩과 함께 그리운 아내를 등대지기에게 데려다주었다.

 등대지기가 앓아누웠을 때 아내는 남편을 대신해 등대 곳곳을 요리조리, 오르락내리락 다니며 쉬지 않고 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태어난 걸 업무일지에 썼다.

 어느 날, 한밤중 바다에서 큰 사고가 났다. 등대지기는 재빨리 노를 저어 새카만 바다에서 선원 세 명을 건져 올려 등대로 데려와 몸을 녹일 수 있게 난롯불을 지피고 담요를 덮어준다.

 실제로 많은 등대지기들이 사고를 당한 배에서 선원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 등대에 전구로 빛을 내는 새 기계를 달아 더 이상 석유로 불을 밝히는 등대의 램프도, 다듬을 심지도 필요 없게 되고 등대지기가 할 일도 없어졌다.

 마지막 업무일지를 덮고 등대지기의 가족은 짐을 꾸려 배에 싣고 멀어지는 등대를 바라보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안녕, 등대야! 안녕! …잘 있어! 안녕!”

 이 책에서 등대는 안개가 낀 날에도, 파도가 거친 날에도, 오로로가 빛나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바다를 향해 “여기에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라고 외친다.

 등대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때부터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여러 차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등대는 아무도 없이 홀로 서 있지만 등대 이야기는 그 불빛만큼이나 환하게 빛나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등대가 있고, 등대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과 함께 용기와 모험이 담긴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그림책은 등대처럼 우리의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그림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의 그림책에게 이렇게 인사해본다.

 “안녕, 나의 그림책”
차예지 <예지책방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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