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덮다-후쿠시마의 기록’제작
타치바나 씨 광주 방문 “탈핵” 외쳐

▲ 영화 ‘태양을 덮다-후쿠시마의 기록’ 제작자 타치바나 타미요시 씨.
 한국 세월호 참사가 국민에게 트라우마이듯,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도 일본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영화 ‘태양을 덮다-후쿠시마의 기록’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당시로 돌아간다. 대지진은 쓰나미를 몰고 왔고,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이어졌다. 기술선진국으로 자랑하던 일본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정부와 관료들은 현장을 모른 채 국민들을 달래기만 했다.

 영화는 대지진 이후 5일간의 모습을 다룬다. 후쿠시마 사고를 다룬 지금까지의 다큐멘터리 방식이 아닌 극으로 다뤄진 이번 영화는 선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안전 앞에, 어떤 인간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태양을 덮다-후쿠시마의 기록’의 제작자 타치바나 타미요시 씨가 광주를 찾았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이 마련한 탈핵영화 공동체 상영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본보는 상영회에 앞서 타치바나 씨와 인터뷰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선명했다. “원자력발전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태양을 덮다-후쿠시마의 기록 포스터.
 
▲“나라 전체가 위험해질 사고 내포”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 정말로 운이 좋아서 대재앙 직전에 멈췄기 때문에 다행이었다”며 “국가 존립의 위기에 처해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 도쿄에는 일본 인구의 3분의 1이 살고 있다. 특히 대피해야 하는 범위를 포함하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 피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는 사고라는 것은 전쟁과 원전사고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전세계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이죠. 체르노빌 등 사고를 보면, 원전사고는 50년, 100년을 넘어 대대로 인간에게 끔찍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원자력발전 또한 없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극으로 이뤄졌다. 관료와 도쿄전력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겨냥한 영화는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실명을 언급하기 위해 당사자들과 지난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이 영화가 가장 진실과 사실에 가깝다고 자부한다”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사고 후 처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 50년에서 어쩌면 1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원전사’를 아십니까? 15~16만명이 사고로 피난을 갔고, 직접적 영향으로 죽고, 갑상선 암, 스트레스, 사회적 영향 등으로 죽은 모든 사람들을 합치면 1600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전하고 싶은 후쿠시마의 모습입니다”

 타치바나씨는 원자력발전소를 없애야 하는 이유로 ‘안전 상의 문제’를 강조했다. 영화도 그 주장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연에너지로 하루빨리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길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1년11개월 간 국내 54기 원자력발전소의 발전을 모두 중지했다. 일본 정부는 1년11개월 동안 계획정전을 진행했다. 일방적으로 전력을 끊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은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시민들의 의식이 빛났다. 생활 속에서 절전을 하자는 운동이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다.

 “전체적으로 불편하느니 절전을 통해 불편함을 나누자,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걸고 참여했죠. 그 이후 일본 태양광발전은 열배가 늘어 자연에너지 비율이 17%를 차지하고 있고, 현재 원자력은 4.7%에 불과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 거죠.사고와 계획정전으로 인한 불편함이 일본 사람들에게 변화를 줬어요. 기술선진국이고, 준비가 잘돼있다고 생각한 시민들에게 충격을 준거죠”
 
영화 태양을 덮다-후쿠시마의 기록 스틸컷.

▲사고 이후 태양광 발전비율 17%까지

 그를 광주에 초청한 건, 광주전남에도 한빛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에선 망치 등 이물질이 발견되더니, 안전불감증 등 인적 문제와 공극 등 기술적 문제로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사고 후 재가동 시에도 제대로 된 해명과 재발방지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광주 시민들께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치인과 전력회사는 지진과 쓰나미가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핑계를 대는데, 사고는 쓰나미가 없었던 체르노빌에서도 있었고 쓰리마일에서도 있었지요. 사고라는 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항상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거지만, 원전은 국가 전체에, 100여년 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 노력으로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광주전남지역에선 매주 수요일 정오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1인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또 탈핵순례, 영화상영회 등 시민들에게 원자력발전소의 위험과 탈핵의 필요성 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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