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밖 단체 활동, 너와 나의 연결고리
1·2·3학년 교정·강변·산에서 단체 활동 경험

▲ 고흥 학생해양수련원에서 단체 활동 중인 학생들.
 같은 반이 돼도 한 교실 안에서 어울리는 친구들은 삼삼오오 나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학급으로 연결된 일 년 동안, 함께 부대끼는 경험이 잦을수록 연대감은 더욱 돈독해진다. 비지땀 흘리며 교정에 텐트를 치고, 온종일 도보행진에 다리도 아파보고, 산에서 야영으로 밤을 지새우며 ‘나’와 ‘너’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살레시오중학교(광주광역시 북구 모룡대길67)는 ‘단체 활동’을 교육과정 안에 비중 있게 반영하고 있다. ‘나 너 우리’ 프로젝트는 살레시오중 1학년 교육목표 중 하나. ‘나를 알고 너를 알면 우리라는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체 활동은 탁월한 매개체가 된다. 사립학교이자 남학생들이 재학하는 학교의 특성 상 살레시오중학교만의 단체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례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살레시오중은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 봄이 되면 1·2·3학년이 각각 참여하는 단체 활동으로 1박2일 야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학년은 교정 산책로를 중심으로 처음으로 야영을 경험하고, 2학년 때는 학교 밖으로 나가 영산강변을 20km 정도 걷고 하룻밤까지 묵는 체험, 3학년엔 산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실전 경험이다.

 “1·2·3학년 모두 매년 단체 활동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텐트 치고 밥 짓는 것도 서툴렀던 학생들이 점점 능숙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단체 활동을 하고 나면 학생들 사이가 무척 돈독해지더라고요. 물론 서로 다툼이나 마찰도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해보는 경험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1년간의 학교생활이 무르익는 첫 단추기도 해서 단체 활동의 의미가 더욱 큰 것 같아요.”
 
▲“함께 먹고, 자고, 도전하며 키우는 협동심”
 
 살레시오중 박소정 1학년 부장이 단체 활동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학교로선 야외에서 단체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어서다. 하지만 학교 측의 의지는 확고했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겉으로 흉내만 내지 말고, 진짜로 해보자”는 제안이 먼저 나온 게 계기였다.

 “제가 기술가정 담당이어서 요리실습 수업을 해보니 경험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밥을 한 번도 지어보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어요. 체육 선생님께 교육과정을 연계해보자고 제안했고, 교내에 텐트를 짓고 밥까지 지어보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수업을 보게 된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야영과 같은 단체 활동을 늘려보자’고 제안하셨어요.”

 학교는 학생들의 야영 활동에 필요한 텐트를 구매하고, 매듭묶기 등 사전 교육을 위해 학부모들의 협조를 구했다. 교사들은 야영 활동을 다채롭게 구성하기 위해 담력 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다.
교정에 텐트를 치고 야영 활동에 참여 중인 1학년 학생들.

 박소정 교사는 “교사들에게도 단체 활동을 하기 전과 후 체감하는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단체 활동을 하게 되면 선생님들께서 신경 쓰셔야 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고생도 많이 하시고요. 몇 년 동안 단체 활동을 해 왔지만, ‘단체 활동을 꼭 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단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고, 학교가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묵묵히 협조해주십니다. 매년 야영 프로그램을 진행할수록 학생들이 성숙해지는 것을 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업에는 흥미가 적은 것 같았던 학생이 야영에서는 요리 실력을 뽐내거나 친구들을 통솔력 있게 리드하는 모습 등을 보게 되면 교육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게 되는 기회도 되는 것 같아요.”

 박소정 교사는 아직 단체 활동 프로그램이 살레시오중학교에서 정식으로 정례화 되지는 않았지만, 학교만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나·너·우리’ 프로젝트 일환…“공동체로 발돋움”
 
 지난 3년 간 단체 활동에 참여해 온 살레시오중 3학년 학생들도 같은 마음이다. 자신들이 경험했던 단체 활동의 경험과 추억이 학교의 전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3학년 4반 장현준 학생은 “밥 짓고 텐트치고, 설거지 하고, 생존에 필요한 매듭 묶기를 배운 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학기 초라 서먹했던 친구들과 친해지고, 우정도 쌓을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며 단체 활동의 이점을 설명했다.

 3학년 2반 유강민 학생은 “중학교 생활에 적응되지 않았던 1학년 초에 야영을 통해 친구들과 학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2학년 때는 6시간의 도보 행군을 하며 친구들과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3학년이 되선 태극기를 배낭에 꽂고 무등산을 오르며 연대감을 느꼈다”면서 매년 경험했던 단체 활동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수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생활 속 지식을 배울 수 있었고, 친구들과 다투거나 문제가 생겨도 풀어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야영 중 직접 냄비밥을 지어보는 학생.

 살레시오중은 1학년 자유학년제 운영에 따라 2·3학년 시험기간엔 ‘광주를 소개합니다’ 프로그램 역시 단체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조를 짜고 광주의 명소 곳곳을 찾아가 조사하는 활동이다.

 이밖에도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기 위해 살레시오중은 올해로 3년 째 ‘우물파기 캠페인’을 위한 등굣길 분식 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어묵, 떡볶이 등 겨울철 간식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우물이 필요한 아프리카 지역에 기부하는 활동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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