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해법 마련 첫단추, 정확한 현실 점검부터”
“사명감 갉아먹는 희생·소진 악조건 끊어야”

▲ 지난 11월26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직업 활동가의 현실과 대안’ 토론회.<서울NPO지원센터 제공>
 최근 고 이종화 활동가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푸르른 젊음과 열정을 청소년·교육 운동에 쏟아내고 생을 마친 그의 나이는 40세. 숨지기 전날까지도 강의 준비 등 업무를 하다 지난 11월22일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와 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활동하다가 갑작스럽게 숨을 거둔 활동가들이 여럿이다. 이에 시민사회 안팎에선 “활동가들의 위태로운 삶의 기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외침이 절박하게 들려온다.
 이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삶을 소홀하거나 방치하지 않고도 공익적인 일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사망·질병·사고 등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 건강·심리·생활 등 삶 전반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 깊은 고민과 성찰에서 비롯된 제안들이 적지 않다.
 이를 계기로 본보는 활동가 처우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먼저 활동가들의 현실을 점검할 수 있는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다음으로 실제 활동가들의 일과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인터뷰를 실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사회적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기사에서 공익활동가, 사회 활동가 등 시민단체, 중간지원센터 등 시민사회에서 공익적으로 활동하고 소득을 얻는 직업인들을 통칭해 ‘활동가’ 혹은 ‘사회 활동가’로 부르는 점을 양해 부탁 드린다. 아직 ‘공익활동’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없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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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비)은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가족들 반대는 없었나요?” “사명감이 높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던데?” “주말에 쉬기는 하나요?”

 ‘활동가’들이 직업을 밝히면,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라고 한다. 차마 부인하기 어려운 이 질문들이야 말로 실제 활동가의 삶을 반영하는 ‘현실’이기 쉽다.

 활동가에 대해 ‘일은 많은데 소득은 낮고, 보람은 있지만 개인의 삶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직업’으로 이해한데도 무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세대의 유입은 줄어들고, 단체 스스로 자생력을 보전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활동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의 변화, 발전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며 공익적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중이다.

 이에 사회에서 꼭 필요한 활동가들의 삶과 지속가능한 활동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활동가들의 직업 환경과 삶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활동가들은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과 삶을 지탱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살피고, 점검하자는 주장이다.

▲“광주지역 활동가 조사 거의 전무”

 광주지역에서 10년 이상 교육운동에 참여해 온 활동가 A씨는 “현재 시민단체 대부분 여러 가지 이유로 지자체 보조금 사업에 의존하다 보니 단체의 원래 목적과 지향점과 멀어져 사업계획서, 정산서 제출 등 잡다한 행정업무에 둘러싸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광주지역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에 대해 활동가 A씨는 “활동가들의 역할은 공익적인데 반해 활동가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낮고, 활동가들의 삶을 최소한이라도 지원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낮은 탓”이라며 “중간지원조직인 NGO센터나 지자체가 나서서 활동가들을 살뜰히 살피고 현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2016년 진행한 ‘광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71명 대상 인성검사’ 결과 정도가 활동가들의 심리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 따르면 광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71명을 대상으로 인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25.4%가 개인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과도한 업무로 강박증과 우울증, 자존감 저하 등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특히, 10명 중 4명은 소화불량을 하소연했고, 23.9%는 긴장성 두통, 잠을 잘 못자는 활동가도 16.9%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1000여 명의 직업인 활동가들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최근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서 진행한 활동가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가 지역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동행’은 지난 9월 전국 총 2660명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건강, 소득, 복지제도, 공익활동 만족도, 정책지원방안 등을 두루 조사했다.
 
▲NGO센터 “공론화-구체적 논의”

 조사 대상인 활동가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정책 지원 방향을 고민하기 위한 첫 단추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동행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치 지향적이지만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인정은 낮고, 대인 업무가 많은 공익활동은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공익활동가의 마음건강에 대한 심층조사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특히 20, 30대 공익활동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마음 건강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30대는 공익활동에 대한 만족도도 전반적으로 낮고, 공익활동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향후 공익활동의주요 주축 세력으로 성장할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관심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 제시됐다.

 광주NGO센터도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광주NGO센터 서정훈 센터장은 “시민운동이 조직중심의 활동에서 청년·청소년 운동,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과 같은 경제 영역까지 전문적인 분야로 확장이 이뤄지면서 다양화 됐다”며 “이들 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분야의 특성에 맞는 복지, 건강 등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 센터장은 “많은 활동가들이 실태조사,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해 온 만큼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조사의 방식과 대상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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