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방지 제도 안착’ 토론회
7월 시행후 지역내 사례 공유·대책 모색

▲ 10일 광주시의회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 안착을 위한 토론회’.
 전남의 한 지자체 쓰레기 처리를 대행하는 민간업체에 운전원으로 입사, 13년 동안 일해오고 있는 여성노동자 A씨. 같은 차량을 타고 일하는 남자 동료가 여성 비하 발언을 한 데 대해 회사에 문제를 제기, 다른 차량을 타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때부터 회사와 남자 동료들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사측은 오히려 직장 내 성추행 가해자라는 이유로 A씨를 직위해제했고, 경찰서에 고발했다.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회사는 다른 경찰서에 또 고발, A씨를 괴롭혔다. 또 다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사측은 항고로 법적 괴롭힘을 이어갔다. 피해자에서 오히려 가해자로 바뀐 것이 너무 억울했던 A씨. 불면증에 시달렸고 약으로 버텨야 했다. 노동위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회사에 복직했지만 ‘왕따’ 등 괴롭힘은 계속됐다. A씨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이유가 자신이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운전원으로 입사해 9년 동안 운전업무를 한 그에게 노조 가입 이후 상의도 없이 상차원으로 일하게 했다. 하루 3만 보를 걸어야 하는 고된 일로 몸이 망가졌고 산재를 신청했으며 지난 11월25일 산재인정을 받아 요양 중이지만 A씨는 출근하기가 두렵다고 했다.

 10일 광주시의회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 안착을 위한 토론회’에 증언을 이어가던 A씨는 “나처럼 당할 까봐 모든 직원들이 나를 피한다. 또 무슨 꼬투리를 잡을지 두렵다”면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제도 시행 불구 한계도 여전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시의회 장연주 시의원, 정의당 광주시당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선 지난 7월16일 이후 시행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과 관련한 지역 내 사례들을 공유, 한계와 대책 등이 논의됐다.

 노조 결성 이후 해고·직위해제 및 보직변경·정직·대기발령 등 지속적인 징계와 각종 고소·고발 등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불안장애와 불면증·심계항진·전신 떨림 증상에 시달려 온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 B씨. 그는 적응장애로 산재 인정을 받고 요양을 받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요양 종료 시점이 다가왔지만 담당 의사는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 연장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고 여전히 약물 치료도 하고 있다. 사측의 괴롭힘도 끝나지 않았다. 법적인 괴롭힘으로 요양 기간에도 전혀 요양이 안된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종료 결정으로 지난 1일 회사에 다시 복직했다. 사측은 복직하자마자 원래 하던 일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더 힘든 업무를 시켰다.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 스스로 퇴사할 때까지 괴롭힐 것은 자명하다.”

 B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괴롭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들이 제공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직장갑질119 총괄스태프 오진호 씨는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사용자 괴롭힘’과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문제를 들었다.

 △대표이사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사내 자율적 해결이 불가능해진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골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법적 정의를 내리고, 해당 행위를 금지하면서 괴롭힘 행위가 사내에서 발생했을 경우 회사가 마련한 취업규칙에 의거하여 ‘사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업무와 관련한 최고 결정권자인 대표이사(사장)의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노동청에 신고하더라도 개선지도 외에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하다. 해당 사용자가 개선지도 이후 이를 미이행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제재 조치는 차기 근로감독 사업장에 포함시키는 것 정도라는 것. 따라서 대표이사가 가해자인 경우 벌칙규정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와해 차원 괴롭힘 대책 긴요”

 또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다수 법 조항이 존재한다.

 특히 A씨나 B씨의 경우처럼 노조 파괴 목적으로 이뤄지는 직장 내 괴롭힘은 법적 체계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송한수 센터장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중 가장 난이도가 높고 해결이 어려운 게 노조와 관련된 케이스”라면서 “노동조합 결성 후 자행되는 사측의 괴롭힘의 경우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를 갖기 때문에 은밀하고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진행되며 법제도를 교묘히 피하는 악랄한 방식으로, 이런 경우 전문적으로 조사와 개입을 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전문기관이 직접 교육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직장갑질119 스태프 오진호 씨가 ‘직장갑질의 전국실태와 대책방향’을, 민주노총법률원 광주사무소 홍관희 노무사가 ‘광주지역 직잡갑질 사례’를 발표했으며 전국여성노조 광주전남지부 김경미 지부장, 광주지역일반노조 조용곤 위원장, 광주여성노동자회 서연우 부회장이 직장갑질 발생에 대한 대응사례 등을 발표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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