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용봉동 쓰레기해결단 떳다
20여 명 활동…골목 수거함 4곳 운영
내년엔 ‘클린하우스’로 발전 가능성

▲ 광주 북구 용봉동 ‘골목쓰레기 수거함’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분리배출하도록 설계됐다.
 깔끔한 분리배출장을 갖춘 아파트완 달리,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쓰레기 몸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재활용 쓰레기가 뒤죽박죽 섞이고, 무단 투기까지 빈번해 악취 등 다양한 문제에 시달려온 것.

 이런 가운데 광주의 한 마을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목 쓰레기 지도를 만들고 분리배출함을 운영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름하여 ‘용봉동 쓰레기 해결단’. 이는 광주 북구 용봉동 지역 주민 20여 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협의체다. 2017년 용봉마을총회를 통해 해결과제 1순위로 쓰레기 문제가 꼽히면서 결성돼 지역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껏 활동해오고 있다.

 이후 용봉동에선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4개 지점에 ‘골목쓰레기 수거함’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통은 파란 박스, 일반쓰레기는 빨간 박스다. 박스엔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주민들이 직접 그린 건데, 조금이라도 화사해 보이도록 하는 의지가 담겼다.
 

▲대학 근처 원룸촌 분리배출 정착 중

 박스 위에는 안내가 붙어있다. “음식물 묻은 비닐, 용기 재활용 안됨” “음식은 먹을만큼만, 음식물쓰레기를 줄입시다.” 캠페인 문구다.

 그냥 길 위에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도록 돼 있는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재활용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구분해 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택가에는 쓰레기 배출장소가 지정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지정장소가 있더라도 별도의 분리배출함 없이 제각각 배출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용봉동도 주택가 밀집지역에서의 쓰레기 문제는 해묵은 난제였다. 전남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탓에 원룸이 많고, 외국인 거주율도 높아 1인가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용봉동 쓰레기 해결단 한미자 씨는 “용봉동엔 전남대학생들이 사는 원룸도 많고 외국인도 많다. 특히 1인가구들이 많아서 무조건 까만 봉투에 담아서 버려버리기 일쑤”라면서 “그래서 재활용하는 방법들을 홍보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2인 1조로 조를 짜 책임구역을 맡기도 한다. 총 5조로 구성된 ‘불법쓰레기 책임제’ 참여 골목담당자 10명은 맡은 구역의 쓰레기를 매일 치우고, 주민들에게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분리배출함이 설치된 4곳은 주민들이 파악한 ‘동네에서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용봉동쓰레기해결단은 이를 위해 ‘골목 쓰레기 지도’를 제작했다. 발품을 팔아가며 가장 필요한 곳을 찾은 것.

 용봉동쓰레기해결단 김은경 씨는 “배출함만 설치됐을 뿐인데 거리가 정말 깨끗해졌다”며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을 볼 필요도 없고 냄새 문제에 미관상으로도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거주하는 주민들만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라는 것이다.

▲내년엔 ‘클린하우스’로 발전

 분리배출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주택가 생활쓰레기 시스템 개선 문제는 용봉동 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국적으로도 고민이다. 해서 곳곳의 지자체들은 재활용 동네마당, 거점수거시설, 재활용정거장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용봉동 쓰레기 해결단.
 
 광주에서도 2020년 시민참여예산에 ‘재활용품 분리배출시설 시범설치’사업이 포함되면서 ‘클린하우스’가 곳곳에 들어서게 됐다.

 용봉동에도 골목쓰레기지도를 바탕으로 6곳의 클린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골목쓰레기 수거함의 진화다.

 기존 일반쓰레기-재활용쓰레기, 두 종류로 분리되던 것이 클린하우스 도입 후엔 재활용 항목별로 세분화될 예정이다.

 용봉동 쓰레기 해결단 정달성 부단장은 “클린하우스는 초기모델인 쓰레기해결단의 개념을 확장시켜보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택가 혼합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식을 바꿔가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마을활동과 환경활동은 떼기가 힘들다. 마을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마을활동가들이 많은데, 행정에서 예산 투입해도 할 수 없는 일을 공익활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일자리 지원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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