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태도 ‘명산’서 즐기는 바위의 향연

▲ 승봉산 공룡바위. 렛츠고 신안
신안 암태도의 명산 승봉산(해발 355.5m)에 올라보았습니다. 섬산에서 보는 바다가 궁금했는데, 뜻밖에도 우리 시선을 먼저 훔쳐간 것은 승봉산 바위였답니다.

암태도 면소재지 암태중학교 못 미쳐 등산로 안내가 나옵니다. 와우, 이렇게 큼직하고 개운한 안내 표시는 처음 봅니다. 입구를 놓칠 수가 없겠어요!

암태도까지는 어떻게 갔을까요? 목포 거쳐 압해대교 지나 천사대교 건너서 갔답니다. 천사대교 덕분에 승봉산 가는 길이 훨씬 가까워졌어요. 바람 불어 배 안 뜰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면소재지를 막 올라서 처음 만난 바위. 공룡이 푸짐하게 내어놓은 배설물을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좀 경망스럽군요. 하지만 이런 상상의 나래가 산행을 더 즐겁게 해주니, 포기할 수 없군요. ^^

사방이 곡선미 넘치는 바위의 향연입니다.

승봉산사 바라본 천사대교. 렛츠고 신안

암태도 면소재지와 다도해를 바라보는 소망탑이 반깁니다. 위압적이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크기의 저 탑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결핍과 욕망 사이에서 찾은 절제와 균형의 규모랄까요. 왠지 섬살이를 닮아보입니다.

▲천사대교 개통 훨씬 가까워진…

이 좋은 바위에 벤치를 놓아둔 마음 씀씀이. 쉬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승봉산 바위들은 모두 살구색 바탕에 연두색과 회색이 곁들어진 무늬의 바위였습니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지만, 실제로 보면 밝은 살구색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도대체 어떤 암석일까요? 지질학자를 모셔서 다시 걷고 싶습니다.

꼭대기로 향해갈수록 승봉산 바위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식물 군락이 나옵니다. 바위 표면이나 틈새에 우르르 붙어 자라며 “바위만 주인공이 아니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몸을 돌돌 말은채 말라붙은 이들은 누굴까요?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인 ‘부처손’이라고 합니다. 가만히 보니 웅크린 아기주먹 같은 모습이 고사리와 닮았네요.

바위 너머 자은도와 은암대교도 지척이다. 렛츠고 신안

백과사전에서 확인해 보니 봄날에는 이렇게 푸른 주먹을 펴고 자라는군요.

승봉산 정상에 이르기 전 통과하는 바위지대. 아기자기한 만물상입니다.

바위 틈새로 천사대교를 보고 있자니, 흠모하는 이를 훔쳐보는 기분이군요.

바위 너머 자은도와, 자은도로 건너가는 은암대교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신안 중부의 큰섬들인 암태, 자은, 팔금, 안좌는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위 절벽 사이로 바다 건너 자은도 두봉산(364m)을 바라봅니다. 닿을 듯 멀어질 듯한 대상처럼 아련하네요. 두봉산과 승봉산은 산 계보가 같다고 합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았던 먼 옛날 두봉과 승봉은 하나의 산줄기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정상서 바라본 풍경. 렛츠고 신안

▲정상서 누리는 다도해 조망 압권

승봉산 꼭대기에서 조망을 누립니다. 오후 햇살에 길게 누운 추포도와 이곳 암태도를 잇는 다리 공사가 막바지인 것 같습니다. 다리 이전에는 ‘노두’가 있었습니다. 노두는 썰물 때 건너다녔던 일종의 징검다리입니다. 추포노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었습니다.

승봉산 정상에 오르니 천사대교도 훨씬 잘 보입니다. 저 다리 길이가 무려 7.22km입니다. 천사대교 덕분에 편리하게 승봉산에 왔어요.

그러나 산행마저 쉽지는 않았습니다. 산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겨울 바닷가 산바람이 워낙 거세고 매웠거든요. 겨울 승봉산에 오른다면 방한 장비를 잘 갖춰야 하겠습니다. 대신 여름에는 엄청 시원하겠지요?

하산을 마치고 승봉산을 다시 올려다봅니다. 저 숲속은 신기하고 아기자기한 바위나라입니다. 차를 세워둔 면소재지 공영주차장까지 4㎞를 걸어야 했는데요, 도로 갓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보니 등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렸습니다. 신안군 공영버스인 ‘천사(1004)버스’였습니다.

이름처럼 천사 같은 기사님 덕분에 돌아오는 길도 행복했습니다.

정상에 서면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렛츠고 신안

△산행코스: 암태중학교 뒤편(단고리 버스정류장)-승봉산-노만사 총 6.2㎞ (3시간)

△주차: 단고리 버스정류장 쪽에 마을공영주차장 있음

△특징: 바위지대가 많지만 등산이 힘들지는 않아요. 어린이 동반 산행으로도 좋습니다. 바위 구경도 좋고, 정상에서 조망 보며 장소 알아맞히는 재미도 좋습니다. 바닷가 산이라 바람이 거세니 방한장비 필수.
이혜영 <렛츠고신안>

※이 글은 신안군 공식여행블로그 ‘렛츠고 신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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