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과도한 사교육비·장시간 학습 노동 등 부작용 우려

▲ 학벌없는사회는 3일 광주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유치원에서 사립초교 진학으로 이어지는 특권 교육 트랙은 점점 더 공고해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일부 학원에서 편법으로 교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특권교육’에 따른 사회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이 유아 부모 커뮤니티, 학원 상담, 현장 모니터링, 각종 제보 등을 통해 실태를 확인한 결과, 광주광역시 관내 일부 학원에서 편법으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교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일제 교습 이상 유아대상 학원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고 있다.

3일 학벌없는사회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기관은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학원이다. 유치원이 아닌 기관이 유치원 또는 유사한 명칭을 쓸 경우 단속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학벌없는사회는 이날 광주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권교육의 출발점으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장시간 학습부담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영어유치원에서 사립초교 진학으로 이어지는 특권 교육 트랙은 점점 더 공고해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유치원은 관련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고소득층을 주 대상으로 성행하고 있는데,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제대로 된 현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며 문제제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학벌없는사회는 먼저 “광주시 관내 영어유치원의 월 수업료(5세 기준)는 적게는 60여만 원 많게는 90만 원에 이르고, 정규수업 이후(오후 2시30분~)에 이루어지는 방과후과정비 및 특별활동비 등을 포함하면 교습비가 적게는 100여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 연령(6~7세) 일수록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꼬집었다.

광주시의 경우 12곳의 영어유치원이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학벌없는사회)되었는데, 2018년 조사(박경미 의원실)에 비해 4곳이 늘어났다.

또한 “대다수 영어유치원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일반 유치원 보다 1시간 가량 길게 정규수업을 진행하며, 원어민교사 등을 배치하여 영어 등 특정언어를 통해 각종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자유놀이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 등 유아들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대부분 영어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유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방과후과정 및 특별활동을 이어갔고, 일부 영어유치원의 경우 인근 학원 패키지 상품을 운영하는 등 어린 나이의 유아임에도 장시간 학습으로 인해 건강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학벌없는사회는 또 “상당수 영어유치원이 소재한 건물에 일반유치원(어린이집) 및 학원을 두어 간접적으로 운영하거나 인근부지에서 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12곳의 영어유치원 중 9곳이 그러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주소지를 두면서, 어떤 원아는 값비싼 영어유치원으로 어떤 유아는 저렴한 사립유치원으로 등원하는 등 사회적 양극화현상을 현실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또한 “일반유치원장의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원장이 직원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방법(바지사장) 등으로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밖의 일부 영어유치원은 유아 모집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입학을 안내하거나, 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에 방과후과정 및 특별활동을 안내하는 등 알선행위도 확인됐다.

영어유치원의 방식은 아니지만, 일반유치원(어린이집) 4곳의 경우 건물 내에 여러 학원들을 모집 및 직간접 운영하여 유아들의 방과 후 학원수업을 유도하는 등 영어유치원보다 교습비 등 지출비용을 늘려 부당이득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재지도 학벌없는사회의 실태파악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영어유치원은 학원으로 등록되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기 때문에, 교습시간이나 지출비용, 교육과정 및 방과후과정상의 제재를 거의 받지 않으며 관련 법망을 교묘히 피해오며 지금처럼 규모를 성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과도한 영어교육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영어유치원의 편법 운영 실태를 인지하고도 이들을 내버려 두기에 급급했다는 게 학벌없는사회의 문제제기 이유다.

학벌없는사회는 “교육청이 유치원 명칭사용에 대한 위반 등의 명목으로 점검은 나갔지만 근본적인 영어유치원 운영(유아기의 학원운영시간, 교습비 등)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벌없는사회는 “교육의 시작부터가 달라지면서 교육격차,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광주시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영어유치원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점에 대해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영어유치원 전수조사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실태파악 및 피해구제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아들의 건강권과 사교육비 지출 억제를 위해 광주학원운영시간 조례 개정을 통해 유아대상 학원의 교습비 상한선을 마련하고, 유아대상 학원의 운영시간을 현행(오전 5시~오후 10시)에서 대폭 줄이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사실상 영어유치원 운영을 금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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