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철 이동 두꺼비들 로드킬 잇따라
“광주시립미술관 생태적 관리 긴요”

▲ 중외공원내 2차선 도로. 차량 통행을 허용하면서 두꺼비 로드킬 사고가 빈번하다.
겨울비가 내렸던 12일 오후 중외공원 내 도로에서 두꺼비들의 비명횡사가 잇따랐다. 저녁 8시 무렵, 기자가 육안으로 확인한 두꺼비들 사체만 7~8마리. 모두 차량에 깔려 목숨을 잃은 ‘로드킬’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비엔날레, 그리고 시립민속박물관이 운집해 ‘문화벨트’로 불리는 중외공원내 차로로, 이 중 참사가 집중된 곳은 미술관과 비엔날레전시관을 잇는 100여m 구간이다.

지난 12일 로드킬 당한 두꺼비.

이곳은 공원구역이라 평소 차량 출입이 통제되지만,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한시적으로 도로가 개방되고 있다. 이날도 같은 시각에 맞춰 도로의 개방·폐쇄가 이뤄졌는데, 계절의 특성상 산란기에 접어든 두꺼비들이 산에서 내려와 호수로 이동하다 대거 희생당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는 전국적으로도 두꺼비들의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번식하기 위해 저수지 등 물가를 찾아 이동하는 습성 때문인데, 대개 3월에서 5월 사이가 그 철이다.

지난 12일 로드킬 당한 두꺼비.

최근에는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이동시기가 앞당겨져 2월에도 이같은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생태 전문가들 해석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 어미들이 산란을 위해 물가로 이동하고, 태어난 새끼들이 성장해 다시 산으로 이동하는 두꺼비들 행렬이 봄철 내내 이어진다는 얘기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다시 현장에 가보니, 전날 즐비했던 두꺼비들 사체는 치워져 있었다.

지난 12일 로드킬 당한 두꺼비.

관리 주체는 이같은 사고를 인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 중외공원 관리는 광주시립미술관이 맡고 있다.

이날 통화가 연결된 시립미술관 시설 관리 담당자는 전날 밤 사고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침에 청소하는 분들이 치운 것 같은데, 따로 보고된 내용은 없었다”는 것. 현장에선 환경 미화나 쓰레기 수거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여겨지는 생태적 감수성 결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외공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평소에도 비오는 날이면 공원내에서 두꺼비를 많이 목격한다”고 말한다. 공원 내에 산과 숲과 연못이 있고, 지척에 용봉습지공원까지 조성돼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터. 하지만 시립미술관은 ‘문화’외 ‘생태’ 관리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사고를 면한 두꺼비가 아직 도로위에 있다.

공원내 차량 출입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이같은 문제의 출발점으로 비친다. 시립미술관측은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 도로를 개방하게 됐다”고 말한다. 용봉동에 사는 주민들이 고속도로 서광주IC쪽으로 진출하고자 할 때 최단 코스인 중외공원 관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 해서 평일 오전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하고, 주말 휴일엔 개방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직원들 출퇴근 편의를 위한 것 아니냐?’는 물음엔 “그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전에도 이같은 사고가 있었을 수 있지만 담당자가 알지 못한다고 하는 상황이니, 대책 수립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도 크다.

생태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가장 좋은 해법은 차량 통행 제한이다.
전면적인 통제가 어렵다면 두꺼비들 산란 시기만이라도 제한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야간이면 통행을 제한하지만 사고를 막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두꺼비들의 안전한 횡단을 보장하기 위해 차도 연석을 낮추거나 생태통로를 개설하는 등의 시설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차량 통행 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 고 말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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