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난 긴급생활비를 주거나 줄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을 위해 ‘긴급생활비’를 주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강원도에 이어 서울시, 광주시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전례 없는 불황이 닥치면서 지방정부들이 긴급생활비를 주는데, 지역마다 명칭, 적용대상과 지급액이 조금씩 다르다.
 
▲지방정부가 긴급생활비를 지원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득이 준 시민에게 긴급생활비를 상품권 등으로 지원함으로써 가계를 지원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고자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생계절벽에 직면한 시민들의 고통에 현실적으로 응답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시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 즉시 지원으로 효과성과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최근 ‘지역경제 지키기 제3차 민생안정대책’으로 코로나19 피해가구와 실직자 등에 대한 ‘광주형 3대 긴급생계자금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수급 대상을 선별하여 준다

 지방정부가 긴급생활비를 지원하는 뜻1은 같지만, 수급자와 지급액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서울시는 생계가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중위소득이란 국내 총가구를 소득 순서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다. 중위소득은 1인 가구 175만7000원, 2인 가구 299만1000원, 3인 가구 387만 원, 4인 가구 474만9000원 등으로 가구원수가 늘어나면 액수도 늘어난다.

 기준 중위소득과 가구 소득인정액은 정부가 복지 수급자를 선정할 때 흔히 쓰는 것이다.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이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고, 중위소득의 75% 이하이면 긴급복지를 받을 수도 있다.

 재난 긴급생활비의 수급자 선정은 가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이므로 공적 복지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보다 높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선정할 때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합산된 것이다. 이 때문에 소득이 별로 없더라도 집이나 자동차가 있으면 공적 복지급여를 받기 어렵다.

 그런데,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대상은 재산에 상관없이 소득이 낮으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집이나 임대보증금과 같은 재산이 있더라도 소득이 낮으면 긴급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비전형 근로자(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건설직 일일근로자 등) 등이 포함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예상하는 수급 규모는 117만7000가구이다.

 한편, 경북도는 23개 시·군과 함께 자체 예산 1646억 원을 편성해 중위소득 85% 이하인 33만5000가구를 지원한다.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는 50만2000가구인데,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초수급자와 긴급복지지원, 실업급여 대상자, 저소득 한시적 생활지원대상자 등 16만7000가구를 제외한다.

 서울시가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 가구에게 긴급생활비를 주고, 경북도는 중위소득의 85% 이하에게 지급한 것은 재정자립도가 다르기 때문인 듯하다.
 
▲중복지원을 받지 못한다

 서울시민의 경우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라 하더라도 중앙 정부의 추경예산으로 지원을 받는 가구(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사업 대상자, 특별돌봄쿠폰 지원대상자,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용 지원)와 실업급여 등 기존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는 가구(긴급복지 수급자, 기타 청년수당 수급자)는 제외된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는 191만 가구이지만, 추경예산안 등으로 지원을 받는 73만 가구는 제외되고, 118만 가구가 지원을 받게 된다.

 광주시는 중위소득 이하 61만8500가구 중 중복 수혜가구를 제외한 26만여 가구에게 ‘가계긴급생계비’를 지급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기존 복지제도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는 가구는 제외된다.
 
▲가구원수에 따라 달리 받는다

 지방정부마다 긴급생활비의 지급액은 조금씩 다르다. ‘재난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도입한 전주시는 취약계층 5만여 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을 지원한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 실직자, 생계형 아르바이트생, 택시 기사, 시간강사 등이 지원 대상이다. 경기도 화성시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든 소상공인 3만3000여 명에게 평균 200만 원의 재난생계수당을 지급한다. 강원도 춘천시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 가운데 중위소득 120% 이내 범위에서 13억 원을 투입한다. 강원도는 ‘긴급 생활안정 지원금’을 1인당 40만 원씩 도민 30만 명에게 지급한다.

 어려운 개인보다 가구를 선정하여 생계를 지원하는 방식이 더 보편적이다. 서울시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 중 추경예산안 등으로 별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 30만∼50만 원씩 지급한다. 지원금액은 1∼2인 가구 30만 원, 3∼4인 가구 40만 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 원이다. 117만7000가구에게 3271억 원을 투자한다. 광주시의 지급액은 서울의 기준과 같다. 경북도는 1인 가구 30만 원, 2인 가구 50만 원, 3인 가구 60만 원, 4인 가구 70만 원을 지급한다. 경북은 서울보다 선정 기준은 낮지만, 가구당 지급액은 높다.

 서울시는 신청자의 선택에 따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원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택하면 10% 추가 지급을 받고, 상품권 등은 6월말까지 쓸 수 있다. 광주시는 지역화폐인 선불형 광주상생카드로 지급한다. 경북도도 지역 상품권이나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하고 사용기간을 제한한다. 긴급생활비를 통해 일차적으로 가계를 지원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시켜 소상공인의 매출을 높여주자는 뜻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해야 받는다

 긴급생활비는 선정기준에 맞고 신청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3월30일부터 5월8일까지 각 동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신청을 받고, 신청 후 3∼4일 이내에 지원결정을 할 예정이다. ‘서울시 복지포털’을 통한 인터넷 신청도 할 수 있다.

 광주 시민은 4월1일부터 주민등록 기준 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광주시 홈페이지 내 전용 배너를 통해 온라인 접수도 가능하다. 시민이 신청하면 행복e음시스템(보건복지부 사회보장통합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가구별로 소득만 조회한다.
 
▲재난수당인가? 기본소득인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긴급생활비는 정부가 재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할 때 많은 한국인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민에게 1000달러(한화 120만 원 상당)씩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할 때 대다수 미국민은 환호했다. 자가격리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동안에 집세를 내고 기본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지급’에 공감한 것이다.

 한국은 가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 혹은 85% 이하인 국민에게 긴급생활비를 지급한다. 국민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려면 51조 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위기에 모든 국민이 헌법상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민이 지혜를 모아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재난 긴급생활비의 지급을 넘어 기본소득의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참고=서울시 복지포털 https://wis.seoul.go.kr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welf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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