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 향기에 취하지 않을쏜가
봄 향기 그윽한 선암사
신음하는 아픈 봄날에
선암사 홍매 백매 환하게 피어
그 향기 仙巖梅에 홀딱 반한다
산 기슭 개울가 스치는 바람소리
선암사 원통각 뒷뜰 기왓장을 품고
육백년 세월 보듬어 피는 선암매
호남오매(湖南五梅)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품이라
조계산 자락 선암사 일주문 지나
봄이 감동하는 선암매 바라보는데
그 향기에 취하지 않고서야
어찌 봄을 맞는다 할 수 있겠는가
봄바람 선암매 향기 붙들어
가난한 영혼 기도하는 두손
삶의 여백으로 남은 가슴에
그리움 안고 봄을 맞이 한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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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