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 합숙훈련 중 경북 학생 극단 선택
하루 12시간 넘는 훈련 “ 당장 중지해야”

▲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난 8일 경북의 한 직업계고 기능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학생은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2020년 4월6일 예정, 2020년 6월1일로 4월9일 연기발표) 메카트로닉스 직종에 참여하기 위해 합숙 훈련 중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학교 측에서는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등교 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만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밤 9시 반까지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기능경기대회는 연기됐지만, 여전히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현실은 미뤄지지 않았다.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심지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이뤄지는 혹독한 훈련이 계속된 것이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훈련은 청소년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직업교육도 훈련도 아니다. 이 학생의 죽음은 메달 경쟁에 기능반 학생들이 내몰린 까닭에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장기간 합숙 생활을 하며 12시간이 넘는 훈련을 하는 것은 학생들의 실력을 함양하고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능경기대회는 숙련 노동자의 기술적 기능 능력을 평가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대회이지만, 현실은 이미 산업체가 원하는 기능 인력을 배출하는 통로로 전락했다. 이는 곧 학교와 교사의 명예와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북지역에서는 이 학교 이외에도 2개교가 대회 출전을 위해 합숙 훈련 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경북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혹시나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 훈련을 하는 학교가 있는지 확인하고, 지금 당장 중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취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합숙을 참여하고 요청했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둬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반복된 기능 연마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회에서 상을 받아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데 이바지는 하도록 독려하는 것 역시 아니다. 교육당국은 기능경기대회를 청년 취업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청소년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의 가장 우선순위는 교육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직업계고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첫 번째 자세다.
윤혜경<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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