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인 임동환(23·서구 화정동)씨.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현재 빛 정도만 감지할 수 있는 시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전주 우석대 특수 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안마사협회에서 안마를 가르치고 있다.
“제 꿈은 장애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거예요. 교사가 될 때까지 경험삼아서 안마 가르치는 일도 부지런히 하고 싶어요.”
동환씨는 웬만한 일은 혼자서 다 처리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4년 동안 한결같이 함께 한 든든한 도우미가 있다. `지구’라는 이름을 가진 안내견이다. 외출할 때면 늘 함께 다니는 `지구’는 그에게 든든한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지구’가 훈련이 잘 되어 있고 머리도 좋아서 외출하는 데 불편함은 없어요. 다만, 같이 다니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 염려스럽지요.”
동환씨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야구다. 그에게 야구, 특히 기아타이거즈는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기아타이거즈의 열혈 팬인 그는 팬클럽 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정기모임이나 행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한다. 기아선수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좋아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기아에 관한 소식이라면 빠지지 않고 본다.
“컴퓨터에 글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소식을 제때 접합니다. 인터넷으로 스포츠 신문을 빠짐없이 봅니다. 팬클럽 회원들도 정보를 자주 주고요.”
그는 야구를 직접 볼 수 없는 까닭에 중계를 들으면서 경기를 머릿속으로 그린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까 주로 라디오를 통해서 들어요. 텔레비전 야구를 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화면 중심이니까 해설이 상세하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라디오 야구는 `좌익수 앞 안타입니다’ 이렇게 설명하지만 텔레비전에서는 화면에 좌익수 앞 안타의 모습이 보이니까 그냥 `안타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라디오로 야구를 주로 들어요. 중계를 많이 해주지 않아서 아쉽지만 기아전이 열리는 날이면 절대 빠지지 않고 듣습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의 묘미에 흠뻑 빠져 지내 왔다는 그.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박빙의 승부에서 펼쳐지는 긴장감입니다. 역전했을 때의 짜릿함은 라디오를 통해서도 생생히 전달됩니다.`딱’ 하고 공을 치는 소리와 관중들의 함성을 들을 때면 저도 막 흥분이 되요.”
시즌이 시작되면서는 경기장을 가끔 찾는다. 혼자서 경기장을 찾고 관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아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한다. 회원들이 경기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을 듣고 현장을 직접 체험한다.
“작년에 기아가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을 때 너무 아쉬웠어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전 경기를 현장에서 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산되었어요. 올해는 꼭 직접 한국시리즈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회원들과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올해 기아가 우승할까라는 물음에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믿었던 주전선수들이 제 몫을 못하고는 있지만 곧 컨디션을 회복해 우승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마해영, 심재학 등 대형선수들을 영입해서 더욱더 막강해졌고 최상덕투수가 잘 이끌어준다면 우승은 무난하리라 봅니다.”
동환씨가 야구 외에 좋아하는 스포츠는 볼링이다. 배운 지 3년 정도 되었다는 그의 실력은 에버리지 120.
“훅을 넣을 실력까지는 안되고 스트레이트 위주로 칩니다. 스페어 처리는 주변에서 몇 번 핀이 남았다고 가르쳐 줍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했고 졸업 후에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했어요. 이런 저런 일로 잠시 중단했지만 다시 볼링 공을 잡을 겁니다. 묵직한 공이 핀을 넘어뜨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후련합니다.”
이외에도 농구를 좋아하지만 지금 프로농구보다는 예전 대학농구가 훨씬 더 박진감 있고 재밌었다고 얘기한다.
그에게 가장 불편한 것은 일상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보다는 책을 많이 못 읽는 것이다.
“공부를 더하고 싶고 보고 싶은 책도 많이 있지만 일반 책이니까 볼 수가 없어요. 복지관 등에서 컴퓨터로 작업하여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두 장도 아닌 두꺼운 책을 작업하다 보면 몇 달 걸립니다. 책을 마음대로 읽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해요.”
그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무시하고 벌금을 내버리고 마는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안타깝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의 집까지 가는 길. 그와 함께 걷는 길이 내내 조심스러웠다. 그가 행여 넘어지지는 않을지, 내가 걷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닌지….
무심코 걸었던 도로가 몹시 울퉁불퉁하다는 것을 처음 느껴본 시간이었다.
이성훈 기자 sinaw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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