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나라 경제가 어려웠던 70, 80년대만 해도 헌책방처럼 헌 문짝을 취급하는 업소가 많았다.
새것에 비해 가격이 `반의 반값’밖에 되지 않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헌 문짝 가게들도 물건 수급이 원활했다. 당시에는 집을 고치는 경우가 허다해 거저 문짝을 구해와 약간의 수리를 거쳐 물건을 되팔았다. 그러나 현재는 헌 문짝을 취급하는 집 자체가 거의 전무할 뿐더러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동명동에서 30년을 넘게 버텨온 현대문집은 간판엔 `현대’자를 달고 있지만 지금껏 헌 문짝만을 전문으로 취급했다. 가게 안에는 요즘 나온 하이새시부터 한옥의 창살문까지 모든 문이 두루 갖춰져 있지만 전부 중고다.
주인 문영록(40)씨는 “특별히 중고만 취급할라고 했던 건 아니여. 원래 요 가게를 아버지가 시작했는디 그때는 중고가 새것보다 더 잘 팔렸제. 아버지 가시고는 내가 물려 받았는디 그냥 쭉 취급하다본께 여기까지 와 부렀네”라고 말했다.
현대문집이 가장 잘 나갔던 시절은 70년대 초반이다.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집수리가 잦았고, 버려진 헌 문짝도 흔했다. 하루 평균 20개 이상의 문짝들이 팔려 나갔고, 장사가 잘 되는 날은 50개를 넘기도 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입식부엌 개조 열풍이 불면서 시골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니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골에서 사람들이 몰려왔으니까. 우리야 어차피 헌 문짝 가져다가 파는 일잉께 원가가 얼마 안 묵잖어. 많이 팔고 많이 남기문 그것보다 좋은 장사가 없는 것이제.”
지금은 명성으로 장사를 한다. 가게 자체가 오랜 세월을 견뎠고, 헌 문짝을 취급하는 가게가 거의 없어 필요한 사람은 모두 현대문집으로 발걸음을 준다. 게다가 모든 중고 문짝이 구색에 맞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와서 헛걸음할 필요가 없다.
“옛날에는 한옥 창살문만 취급했는디 지금은 세상이 변했잖어. 구할 수 있는 문은 모두 구하지. 글고 찾는 사람들도 요새는 하이새시만 찾어. 어쩌다 싼 맛에 알루미늄 사 가는 사람도 있는디 극소수제.”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한옥 창살문의 쓰임은 거의 사라졌지만 의외로 그것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지금은 그것의 용도가 다르다. 고전적인 분위기로 식당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부러 찾아온다. 골동품 취급점에서도 팔기는 하지만 한참 웃돈이 붙는다. 그러나 문씨는 예나 지금이나 한옥 창살문의 가격으로 만원만 받는다.
“거의 거저 가져와서 그걸로 몇 만원을 받아 먹으면 도리가 아니제. 그래도 요 가게가 헌 문짝만으로 30년의 시간을 보냈는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예의는 지키고 살아야제. 따지고 보문 헌 문짝이 지금껏 먹여 살려 줬는디.”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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