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황당뉴스~~. 안녕하세요. 이수진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아주 황당한 뉴스를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과 점심시간 서구청 직원들의 상쾌한 출근과 즐거운 오후를 위하여 귀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서구청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GSB(Gwangju Seogu Broadcasting) 음악방송국. 공무원이 직접 운영하기로는 전국 유일의 방송국이다.
25일 낮 12시 서구청. 이날도 어김없이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에 이어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서구음악방송은 여느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직원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으며, 또 어떤 음악이든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직원들은 이 방송을 즐긴다. 서구 음악방송국은 CD 600여 장을 보유해 신곡부터, 70~80년대 가요, 영화음악,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방송한다.
지난 2001년 6월5일 개국한 서구청 음악방송국은 직장동호회로부터 시작했다. `정다운 소리 해담는 방송’이라는 기치로 출발한 초창기 방송국 회원은 10명. 그로부터 3년 뒤 이젠 스튜디오까지 마련했고 제작팀도 PD, 구성작가, 아나운서 분야에 걸쳐 총 43명으로 늘어났다.
“동료들에게 말을 건넨다는 마음으로 진행하죠. 그게 오히려 편해요. 초창기 엔 대본을 읽다가 웃음을 참지 못해 그대로 방송이 나가기도 했죠. 사투리가 튀어나와 방송을 망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가 겸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이수진씨는 방송의 좋은 소재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아나운서가 소화할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다.
“아마추어인데다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죠. 하지만 방송 잘 들었다는 직원들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죠.” 아나운서 정용학씨의 말이다.
현재 서구청 음악방송국은 5개 팀으로 운영한다. “관공서인 관계로 시사문제는 사실 다루기가 힘듭니다. 살아가는 얘기나 추억거리, 시 낭송, 건강얘기가 주를 이룹니다.”
월요일 방송을 담당한 제작1팀(팀장 문민 PD)의 정강호 사무국장(세무과)은 “청취자들이 동료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갖고 방송을 진행하는 점이 편안하고 힘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청 방송이라 해도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나운서 교육, 엔지니어 교육은 필수.
현재 GBS 음악방송은 `정용학의 음악선물’ `굿모닝 화요일’`추억나누기’`뮤직4U’ 등으로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낮 12시부터 1시까지 하루 두 번 방송하고 있다.
월요일 `상쾌한 아침’에는 직원들이 보내 온 좋은 사연을 소개하고 구청 주간행사나 직원 생일 축하 코너를 마련한다. 화요일 `기분좋은 오후’ 시간에는 팝송 위주로 음악을 내보내고 있다. 수요일은 클래식, 목요일엔 70·80년대 노래, 금요일은 최신곡 위주로 방송을 한다.
“직원들이 목요일 방송을 가장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직원 평균 연령층에 맞는 70, 80년대 음악이 정서에 맞나 봐요.”
직원들이나 민원인들이 방송을 듣고 격려의 말을 해 줬을 때 가장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다는 문 PD. 비록 동호회에서 출발했지만 어엿한 방송국으로 봐 주는 눈길과 관심을 당부한다.
지금 서구청 음악방송국은 야심찬 계획을 준비중이다. 자체 TV방송과 연계, TV생방송까지 하겠다는 것. 아직은 서투른 아마추어 방송인이지만 직원과 민원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그 내용만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다는 판단에서다.
진행자의 말 한마디에, 직원들의 사연 한 줄에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정겨운 삶이 녹아 있는 서구청 방송. 이들의 방송에는 어떤 포장도 필요하지 않다. 열린 가슴으로 듣는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