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타고 우치동물원 가기

▲ 우치동물원 정문(사진 왼쪽), <슈렉>에 등장한 동키. 아프리카 당나귀.
2004년이 이제 얼마 남지 남았다. `모든 게 새로울 것 같은’ 2005년이 시작된다.
 그러나 일년을 365일로 쪼개 숫자로 표기하며 양적인 측정을 하지 않았다면 2004년 12월31일은 마지막 남은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나날들의 한 부분일 터.
 트로브리안드(Trobriand)족은 해(年)라는 시간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새벽, 일출 전, 일출, 해가 지평선에 걸릴 때 등등 해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들에게 시간은 앞을 향해 달리는 기차처럼 직선이 아니라 끝없이 순환되는 삶의 리듬이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프랭클린의 말처럼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삶만이 성공의 모델인가. 딴지걸기를 하다 동물원에 생각이 미친다. 시계를, 달력을 보지 못하는, 하루를 시간으로 재단하지 않을 것 같은 동물원을 찾아갔다. 봄날의 곰처럼 어슬렁거리며….

규율이 돼버린 시간

우치공원에 가는 버스들은 많다. 선택권이 넓어지자 마음이 느긋해진다. 저만치서 7번 버스가 신호 대기를 받고 있다. 버스를 바라보며 보도에서 발걸음을 뗄 시점을 재본다. 고등학생이 비스듬한 자세로 버스에 앉아있다. 교복이 낯설 시간. 0교시가 사라졌다한들 고등학생들은 여전히 아침 8시까지 등교를 해야 한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부여되는 상식적인 시간, 그 시간에서 비껴난 그 학생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시각에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규정짓는다.
 어딘가에 소속된 이들에게 하루일과는 비슷하게 시작된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출근하기 전에 교실로, 직장인들은 최소한 상사가 자리에 있기 전에 사무실로…. 5분 지각을 면하기 위해 들어설 틈 없어 보이는 만원버스에도 기어이 몸을 싣는다. 시간은 규율이 된다.

갇힌 환경에 치열하게 적응하기

북구 생용동에 있는 우치동물원. 몇 년만에 찾아간 동물원이지만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동물들에게 일분 일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먹이를 먹거나 털갈이를 하거나 짝짓기를 하거나 새끼를 배는 등 삶의 주기가 있다. 동물들의 하루는 크게 밤낮으로 구분되어지지만 동물원의 하루는 관람객이 오는 시간과 오지 않는 시간으로 나눠진다.
 동물원에 적응된 동물들은 관람객에게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관람시간은 직원의 근무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하절기인 경우 오전 9시∼오후 7시, 동절기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도 직원들이 정한다. 결국 동물원의 동물들은 관리대상이기 때문이다.
 미셀 푸코가 지적하듯, 교도소 구조의 모델이 됐던 동물원 우리는 `전시용’으로 제작되어졌다. 관람객의 편의와 재정의 상관관계로 공간이 결정된다.
 `갇혀 있는’ 동물들의 주거환경은 철저히 자본이 지배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기후와 지역에 사는 동물들을 데려왔건만 그들의 서식지 환경에 대한 안내문만 붙였을 뿐 시멘트바닥과 철창살로 만들어진 우리에 적응시킨다. 온도에 민감한 파충류와 기린, 작은원숭이를 제외하고 대부분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시킨다.
 재정이 열악한 동물원인 경우 수도비와 난방비 등을 최대한 아낀다. 동물원의 주인은 동물이 아니라, 관리인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열대지방에 살더라도 `털’이 있는 동물이라면 기후에 적응한다. 그게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그들 나름의 생존법칙인 셈이다. 적응하거나, 도태되거나. 결국 살기 위해서라면 참고 견뎌야 한다. 대상에 따라 동물들도 행동이 달라진다. 사육사에게는 살갑게 굴지만 수의사는 피한다. 그리고 관람객에게는 무관심하단다.
 예전에 타조가 흔치 않았을 때 겨울이 되면 난방을 했지만 이제는 흔해져서 그대로 방치해 둔다. 그렇게 홀대 받지만 지금 두 마리의 타조는 겨울을 잘 지내고 있다.

 흰곰은 겨울 되면 신나고

추운지방에 살던 시베리아 호랑이나 코카콜라곰으로 유명한 흰곰 등은 겨울이 되면 신난다. 여름에 비해 움직임이 민첩해지고 활력이 넘친다. 우치동물원에 새로 들어온 반달가슴곰 세 마리는 겨울이 되었건만 겨울잠을 잘 줄 모른다. 서로 뒤엉켜 장난치며 우리를 뛰어다니는 세 마리에게 겨울은 의미있지 않다.
 최종욱 수의사는 “어미가 새끼들에게 겨울잠 자는 법을 가르쳐준다. 본능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일깨워주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겨울잠은 최대한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반달곰과 달리 너구리들은 줄곧 시선이 외부로 향하면서도 꼼짝하지 않고 동료들끼리 몸을 붙인다.
 키높이가 4m를 훌쩍 넘은 기린은 체면적이 넓어 특별히 난방을 해주고 있다. 실내온도 23도를 유지해야 하는 변온동물과 달리 `가난한’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묵묵히 겨울을 이겨낸다. 사람과 달리 동물들은 인플루엔자(감기)에 걸리지 않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코끼리, 호랑이, 사자, 기린 등 동물원의 `필수적인’ 동물은 비싸기 때문에 많이 들일 수 없다. 그래서 동물 중에서도 생식 불능인 동물들도 많다. 암수 두마리를 우리에 집어넣어도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남남으로 지내기도 한다.
 평균 수명을 놓고 보면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야생에서 사는 동물보다 2배나 더 길다고 한다. `전시되는’ 동물들은 식사량 또한 규제를 받는다. 동물원의 재정에 따라 닭고기냐, 쇠고기냐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동물협회에서 정한 규약에 따른 평균 식단을 참고로 해 관리한다. 그러나 이 또한 동물원에 잘 적응한 동물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야생에서 붙잡힌 동물들이 동물원으로 올 경우 생존 확률이 절반이다. 인간이 보기엔 자칫 무료한 나날일 수 있지만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갇힌 환경에서 동물들은 야성을 잃어갈 수 있지만 본능을 지켜간다. 사자, 호랑이 등 맹금류에 속하는 야행성 동물들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낮에는 활동하지 않지만 밤이 되면 으르렁거리고 조류들은 해가 지면 모두 나무 위로 올라간다. 다소 느슨할 수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 생존 전략을 터득한 동물들을 보면서 인간 생활로 발걸음을 돌린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입장료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 문의 571-6852
배차간격: 16분(용전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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