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버스 여행’은 사치스러웠을 것이다.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으로 휴식을 취하는 버스 운전기사, 시장에 나물이며 채소를 팔러나가는 할머니,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서 학원으로 가는 학생, 첫차를 타고 인력대기소로, 도서관으로 가는 이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의 눈빛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 비장애인들의 신체구조에만 맞춰져 버스를 탈 수 없는 장애인들…. <관련기사 16·17면>
각박한 일상에 쫓겨 도무지 짬을 낼 수 없는 이들에게는 `여행’을 가겠다는 마음조차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버스 여행을 다니면서 오히려 이들의 `여유’를 만날 수 있었다. 한 시간 넘는 배차간격에 버스를 놓친 아줌마는 그자리에서 악다구니를 퍼부어도 돌아서놓고는 “이거 맛 좀 볼랑강”하며 장바구니에서 주섬주섬 참외를 꺼내 같이 먹자고 한다. 운전기사는 배차간격 맞추랴, 승객들과 실랑이하느라 언성을 높일 때도 있지만 시외곽에 들어서면 “아따∼좀만 뛰어서 오쇼 잉∼”하며 저만치 걸어오는 어르신을 기다린다. 자리에 앉으면 다들 15도 고개를 돌려 차창밖만 보는 시내버스와 달리 시 외곽을 가는 버스에서는 “어디 갔다온가" “잘 지내셨소”라는 인사를 주고 받는다. 명문대만 따지는 학교를 흉보다가 이성친구와 헤어졌다는 친구를 위로하는 학생들의 수다에 잠시 귀기울이다 예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라디오 뉴스를 듣고 동행한 지인과 시사평을 건네는 어르신을 보면서, 취업 원서 쓰느라 고민하는 친구에게 힘을 주는 이들을 보면서, 삼겹살과 소주냄새를 풍기는 일에 치인 회사원을 보면서 각각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시내버스는 택시나 관광버스와 다른 `재미’가 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내버스를 타는 게 다른 일상과 접하게 되는 여행지가 된다. `800원 버스 여행’은 끝났지만 자신만의 여행지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때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ibox@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