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정사 입구에는 다람쥐들이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듯 부지런히 길안내를 하고 있다.
다람쥐 가는 길 따라 바쁘게 올라가니, 울창한 상수리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파알짝 파알짝 팔짝, 날도 정말 좋구나.>
다람쥐들 올 가을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예비식량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걸 보니, 보는 이가 오히려 재주를 넘고 싶어진다.
다람쥐는 설치류에 속하는 동물로 야생동물로서는 드물게 낮에 주로 행동한다. 나무를 기어 오르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뛰어 다니며 재빠르게 이동하는데, 이때 두터운 꼬리는 수평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에는 세 종류의 다람쥐가 서식한다. 이 중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보이는 누런색과 몸에 줄을 가진 다람쥐와 배를 제외한 몸전체가 검은 색으로 일반 다람쥐보다 훨씬 크고 꼬리도 큰 청설모, 그리고 희귀한 날다람쥐가 있다. 이들은 모두 다양한 식물의 열매를 먹는데 특히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즐겨 먹는다.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는 상수리나무를 비롯하여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그리고 굴참나무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참나무 열매를 축내는 다람쥐는 참나무의 천적일까? 결코 아니다.
볼주머니가 넓은 다람쥐는 볼 양편에 도토리를 잔뜩 채워 넣고는 안전한 장소에서 하나씩 꺼내 갉아먹는데, 먹고 남은 것은 땅에 파묻는다. 나중에 혼자 찾아 먹기 위해서다.
하지만 파묻은 곳을 잊어 버리고, 그 도토리는 다음해 싹을 틔워서 참나무 숲을 이룬다.
결국 다람쥐는 종자를 퍼뜨리고자 하는 참나무와 공생하는 셈이다.
초가을부터 몰려와 눈에 띄는 도토리를 배낭 가득 긁어가는 욕심많은 사람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봄부터 서리 내려앉아 다시 겨울잠에 들기까지, 일년에 두번 번식하는 다람쥐는 서식 공간이 좁아진 골짜기에서 근친교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악성 유전자가 축적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또한 야생 고양이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욕심많은 사람들이 다람쥐 몫의 도토리를 씨도 남기지 않고 가져가는 행위로 인해 서식처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이 광주도시숲에서 청설모는 보여도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쪼르르 달려가는 다람쥐의 귀여운 모습을 보노라면 아장아장 엄마 품에 달려오는 아기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니 도토리 점심 가지고 참나무 숲으로 소풍가는 아기다람쥐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겠는가? 김영선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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