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2~3m 정도 떠서 시속 300km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가는 운송수단을 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비행기라 해야 할까.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협약에 따르면 정답은 선박이다.
 하늘을 나는 배, 위그선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23일 오명 부총리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 8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대형위그선 실용화 사업계획(안)’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시속 250km, 적재량 100톤급 대형 위그선이 상용화된다. 앞으로 5년 후면 나는 배를 타고 환상적인 서해안의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그선의 이름은 해면효과익선(Wing In Ground Effect Ship)의 머리글자 `WIG’를 딴 것이다.
 해면효과란 바다수면 부근에서는 날개의 아래쪽과 해면 사이의 기류가 감속되어 날개를 밀어 올리는 압력이 크게 되는 현상을 이르는 것으로 위그선처럼 선박이 수면 위로 뜨게 되는 원리로 작용한다.
 위그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의 스파이위성이 카스피해에서 시속 550㎞로 움직이는 괴물체를 발견한 76년의 일이다. 이 괴물체는 뒤에 소련의 위그선임이 밝혀졌는데,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볼 때 배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서방세계에서는 이를 `바다괴물’이라고 불렀다 한다.
 위그선이 상용화될 경우, 선박운송의 한계인 느린 속력의 문제와 공항 등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한 항공운송의 단점 모두를 극복한 획기적인 해양운송수단을 갖게 된다.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갖는 다는 의미다.
 지난 2002년 시운전을 마친 한국형 위그선 `갈매기호’는 해면 2m 높이에서 시속 120㎞로 날아갈 수 있으며, 연료 소모량은 일반 모터보트의 50%도 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배가 고속으로 달릴 때는 저항의 급격한 증가와 운항 성능의 급감이라는 치명적인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선박이 받는 저항은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는 반면, 이 저항을 극복하면서 운항하는데 필요한 동력은 속력의 세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즉, 속력이 증가함에 따라 소요동력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위그선은 선체를 부양시키는 방법으로 `마찰의 세계’가 걸어놓은 마법을 살짝 비켜감으로써 초고속성과 고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신기를 부린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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