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숲 사이 황톳길. 사색하기 좋은 길입니다.
봉산 오르던 날,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덥다.
잠시 땀을 씻다 가느다란 꽃대 끝에 피어 있는 타래난초 꽃을 본 순간 꼭 딴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애처럼 무릎을 낮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잎은 난초잎처럼 깔끔하고, 꽃은 마치 청순한 소녀처럼 아래로부터 위로 나선형으로 꼬이면서 피어난다.
그 모습이 마치 타래처럼 꼬여서 오른다 하여, 또 난초뿌리처럼 잔털이 없고 퉁퉁한 뿌리모양이 닮았다 하여 `타래난초’라고 불리게 되었다.
꽃말도 `소녀 그리고 추억’이란 뜻을 담았으니 추억이 한장 한장 쌓여 꽃이 피듯, 삶의 순간순간들이 모두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 하다.
타래난초는 주로 5∼8월에 연한 붉은색 또는 흰색으로 피고, 잎은 꽃받침보다 약간 짧으며 위꽃받침잎과 함께 투구 모양을 이룬다. 입술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으로 꽃받침보다 길고 끝이 뒤로 젖혀진다. 높이는 10∼40cm.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가 꼿꼿하게 선다. 관상용으로 심었으며,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타래난초라 하고, 한국·일본·중국·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타래난초처럼 난초과 식물의 꽃모양은 다양하다. 충매화이기 때문인데 화분을 매개하는 곤충의 모양이나 움직임에 따라 다르다.
꽃은 꽃잎 3개, 꽃받침 조각 3개로 이뤄졌다. 꽃잎 중 1개는 마치 입술모양으로 곤충의 표적이 되는 다른 꽃잎과는 다르다. 또한 화분은 곤충이 꿀을 먹을 때 한번에 많은 양이 운반되도록 곤충의 머리부위나 등가슴부위에 점착제를 붙여서 옮기고, 암술머리는 강력한 점액으로 곤충에 붙어 있는 화분을 받아서 수분시킨다.
또 신기하게도 타래난초는 잔디 없인 살 수 없다. 왜냐하면 잔디뿌리의 박테리아를 교환하면서 공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래난초는 주로 잔디가 많은 묘지 주변이나 논둑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런 공생관계는 자귀나무와 뿌리혹박테리아, 악어와 악어새처럼 특별한 해(害)를 주고받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 생존해 가는 삶의 지혜에 다름 아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사람과 숲이 서로 공생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화두로 삼아야 한다.
타래난초 핀 숲길 따라 들어서니 공생하는 숲에 온갖 들꽃향기 가득하다.
김영선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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