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없는 백석산을 오르니, 개미와 다람쥐들이 부산나게 돌아다닌다.
어릴 적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가 생각나서 한번 더 힐끔 쳐다보다가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어쩜 저렇게 정신없을까?
개미들은 주로 가을에 식물의 씨앗을 물어와서 둥지에 저장하고, 그해 겨울을 난다.
식물의 씨앗은 개미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또한 애벌레를 기르는 데 있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가을에는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돌아다닌다.
굳이 백석산이 아니라 해도 개미들은 어느 곳을 가든, 볼 수 있기 때문에 하찮은 동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개미들이 보잘 것 없는지 길가에 다니는 개미 한마리를 따라 느릿걸음 생각한다.
개미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중 하나로 약 1억년 전부터 살아왔다. 개미와 같은 시대에 살던 공룡은 개미보다 몸집이 수천, 수만배 컸지만 멸종되고 말았다.
또한 자기보다 5배나 무거운 것도 거뜬히 들고 다니는 힘센 동물로, 코끼리는 자기 몸무게의 1/5, 사람은 자기몸무게의 3배 정도 드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힘의 소유자이다. 개미는 사마귀보다 해충을 더 많이 잡아주고, 죽어서 썩어가는 동물들을 치워준다. 때로는 땅을 갈아주고, 숲에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차지 않도록 솎아내는 일도 하면서 사람처럼 모여 살고, 공생공존하는 집단능력이 무척 강하다.
이것이 바로 조그마한 개미가 공룡보다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 수 있었던 비결이다.
개미의 사회는 여왕개미, 수캐미, 일개미로 이루어져 있다. 여왕개미는 한 15년 정도 사는데 가슴에 날개를 달고 있다가 수캐미와 결혼비행이 끝나면 떼고 알을 낳아 기른다. 수캐미는 아무일도 하지 않고 여왕개미와 결혼비행이 끝나면 바로 죽는다.
일개미는 여왕개미를 도와 알이나 애벌레나 번데기를 돌보는 일을 하며 집 짓는 일을 돕는다. 개미의 수가 점차 불어남에 따라 저마다 할 일이 정해지는데, 집 짓는 개미, 밖에 나가서 먹이를 구해 오는 개미, 애벌레나 번데기를 돌보는 개미, 개미집의 문에서 경비를 보는 개미 따위로 하는 일이 정해진다.
개미가 좋아하는 먹이는 역시 `단것’이다. 개미가 많은 곳에 설탕, 사탕, 단백질 등등을 뿌려놓으면 금세 몰려드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당분이 많으면 겨울잠을 자면서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단음식을 좋아한다.
더욱이 `단음식’은 특이한 냄새를 내기 때문에 개미들이 쉽게 찾는다. 그래서 곤충이 없는 계절인 초봄이나 가을에는 개미들이 수분을 시켜주는 꽃들이 많다. 초봄에 피는 제비꽃, 가을에 피는 물매화 등등. 이들 대부분은 젤리향을 뿜어서 개미들을 유혹한다.
집단능력으로 똘똘 뭉쳐 가을걷이를 하고 한겨울을 지내면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개미의 생활사를 보노라면 사람사는 세상보다 더 따뜻하다.
김영선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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