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선구자·오염지표 식물 기능

사월산 바위에는 파릇파릇한 이끼들이 쪽빛을 띤 닭의장풀꽃과 함께 올망졸망 자라고 있다. 마치 초록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꼼꼼히 들여다보면 자그마한 솔이끼들이 뭉쳐서 꽃을 피우며 살고 있다.
솔이끼꽃을 보셨는지?
식물이 꽃을 피워 씨나 열매를 맺어 자손을 퍼뜨리듯 이끼도 자라면 이끼꽃을 피운다. 그러나 다른 식물들과 꽃 생김새는 많이 다르다. 이끼꽃은 암술과 수술 그리고 꽃잎과 꽃받침이 없다.
줄기끝에서 잎이 크게 변해 꽃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이끼꽃이다. 고개를 숙여 들여다 보면 물기를 머금은 영롱한 초록빛깔의 이끼꽃은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순수 그 자체다.
사월산 바위에 살고 있는 이끼는 보통때는 거의 마른 상태로 살다가 밤새 내린 비로 파릇파릇 다시 살아난 듯 하다. 이렇듯 이끼는 마른 상태로도 잘 견디어 내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살기 힘든 곳, 그 어디서도 널리 퍼져 살아간다.
높은 산·강갇건조한 땅·그늘진 곳 등을 가리지 않고 살기 때문에 열대나 적도지방에서 부터 남극·북극에 이르기까지 이끼가 없는 곳이 없다.
또한 다른 식물들은 살기 힘든 메마르고 거친 맨땅 위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와 사는 것이 이끼다. 이끼가 살게 되면 점차 다른 식물이 자라고, 이런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게 된다.
특히 이끼는 가뭄에 물기를 빨아 들여 습한 상태를 유지해 다른 식물들이 말라 죽지 않게 하는 일도 한다. 이와 같이 이끼는 자연에서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생태계의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다.
계곡이나 냇가에 사는 이끼는 물 속에 있는 중금속을 흡수하여 다른 물속생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물을 깨끗하게 해주기도 하고, 공기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를 알려 주기도 한다. 이끼는 몸이 연하기 때문에 공기가 오염되면 직접 피해를 받는다. 그래서 이끼의 상태를 보고 그 곳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지표식물이라 부른다.
김영선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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