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결산<하>

 산은 나무들의 보금자리일 테지만, 자락은 사람들의 삶터다.
 전설같은 풍요의 산 노적봉 밑엔 화산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꽃메마을 또는 골메골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마을의 산 역사였다. 노적봉의 유래, 주변의 쥐봉·괴봉·산적골에 얽힌 사연까지 얘깃거리가 술술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풍요로움이 가득했던 노적봉은 이제 옛말이 되고 말았으니…. 도로로, 아파트로 농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들. 젊은 이는 하나둘씩 마을을 떠났고 남겨진 늙은 이들은 거동이 수월치 않다. 산을 오르는 발길도 자연스레 끊어졌다.
 광산구 산월동 봉산 자락에 깃든 곳은 월봉마을. 70년 동안 구멍가게를 지켜온 어르신, 마을의 대소사를 발벗고 처리해온 `회장님’ 조씨 할아버지도 이젠 논과 밭에는 소망이 없다고 한숨이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시절 산은 든든한 배후였지만, 개발에 급급한 지금에 와선 장애물일 뿐이다.
 사람들은 산을 잊었고, 우거질대로 우거진 산은 사람들을 막고 있다.
 연제동 장구봉은 능선을 경계로 도시와 농촌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아파트가 점령한 능선 뒤편은 궁벽한 시골, 외촌마을이다. `시내에서 살다살다 못살겠거든 들어와서, 살만하면 다시 나가 버린다’는 뜨내기 마을.
 버스 한대도 들어오지 않는, 도시대접 못받는 마을이지만 최근엔 `큰 길’이 생기게 됐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근처에 짓고 있는 아파트의 진입로 덕을 보게 된 것.
 산을 헐어서 가능한 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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