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들개지 겨울눈.
석문산에 오른다.
해발고는 낮지만 소금강이라 부르는 월출산 천황봉을 닮은 듯 빼어난 기암괴석이 매혹적이다.
뾰족한 바위산에 뾰족뾰족한 소나무와 노간주나무들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니 그 당당함에서 오는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겨울나기가 힘겨워 보이기도 하다.
특히 귀여운 아기처럼 생긴 나무의 겨울눈은 더욱 안쓰럽다.
식물의 눈 가운데 잎이 될 부분은 잎눈, 꽃이 될 부분은 꽃눈이라고 한다. 식물에 따라서는 잎눈과 꽃눈이 따로따로 생기는 것도 있고, 함께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식물체의 일정한 부분에 생기는 눈을 정아(꼭지눈)라고 하고, 그 옆으로 작은 보조눈이 있는 데 이것을 잠아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눈은 부정아(막눈)다. 부정아는 정아가 손상을 당하면 곧 새로운 눈을 내놓아 줄기를 만드는 눈인데 체내물질의 신호를 통해 줄기 속에 원형이 들어 있다가 정아가 손상을 당하면 바로 복제하는 눈이다.
다시 말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식물은 복제능력을 가진 셈이다.
그 복제능력은 동물에게는 없지만 식물에게는 이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로 예비군을 거느린 채 겨울눈을 선물 받은 것이다. 석문산의 버들개지도 단단히 털옷을 입은 겨울눈을 가지고 있다. 겨울눈은 대개 비늘잎이 겉을 싸고 있어 추위를 막아준다.
겨울눈의 모양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이다. 저마다 겨울을 잘 견딜 수 있도록 꾀를 낸다.
목련처럼 잔털이 달린 껍질에 싸여 있는 것, 동백나무처럼 여러 개의 비늘로 싸인 것, 버드나무처럼 비늘 하나로만 싸인 것, 소나무처럼 끈적끈적한 액체로 싸여 있는 것 등 갖가지 모양을 가지고 있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겨울눈이 겨울나기를 하지 않으면 이듬해 꽃 피고 열매 맺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긴긴 겨울잠을 자두어야 한다. 특히 겨울잠에서 깨려면 반드시 이런 추위쯤은 견디어야 한다.
과일나무인 배나 복숭아나무는 겨울동안 따뜻한 온실에 계속 두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만다.
그 원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른 봄에 꽃이 피는 갈잎나무나 떨기나무의 겨울눈은 반드시 겨울 추위와 봄의 따뜻함으로 꽃이 피고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다.
혹독한 시련 앞에 꿈과 희망을 버리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선<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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