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끊이지 않았던 운평마을

▲ 마을 뒤편은 도로공사로 산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복룡산 아래 옹기종기 자리 잡은 운평마을. 마을 앞으론 황룡강이 흐른다.
`넓은 평야 위로 신선이 구름을 타고 왔다갔다 했다’는 데서 마을이름이 유래됐으리만큼 들녘 또한 광활하다.
배산임수에 풍족한 땅, 풍년가 드높았겠다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박판구(71) 할아버지는 “속 모르는 소리”라고 손을 내젖는다. “장성 큰 애기들 오줌만 싸도 물진 데가 여기여.”
지형이 낮은 데다 물이 풍부해서 침수가 잦았다는 설명이다. 장성에서 발원한 황룡강과 사창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논밭을 포위하듯 둘러서 내려오다 마을 앞에서 합류하는 형세니 그럴만도 하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전엔 논들이 다 바다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장성댐 쌓고, 제방이 튼실해지면서 난리통에서 벗어났으니 먹고 살만해진 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농한기지만 운평마을은 요즘 시끄럽다. 마을 주변 사방으로 도로가 뚫리면서 공사가 쉼 없는 탓이다.
영광선이 논밭 한 가운데로 터를 닦고, 본덕~임곡간 도로는 산을 파헤치고 넘어간다. 여기에 광주~무안간 고속도로도 복룡산 앞쪽으로 너른 길을 잡았다.
대대로 삶의 터전이었던 농토들의 수난을 주민들은 그저 바라볼 뿐이다. 농사를 지어도 장래가 없는 현실에선 체념도 쉽단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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