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대지동 복룡산

▲ 정상엔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산구 서봉동 호남대학교를 지나 송정리서 영광 가는 길은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2차선 구불길이 4차선 곧은길로 탈바꿈하는중.
중장비들 쉼 없이 오가는 어수선한 난리굿에 주변 것들은 숨을 죽였다. 황룡강 너른 물줄기도 미동이 없다. 가끔씩 햇빛과 눈 맞춘 잔물결이 찌릿한 추파를 하늘로 되돌릴 뿐.
황룡강 넘어주는 송산교를 건너면 첫번째로 만나는 마을이 운평마을(행정동 대지동)이고, 그 마을 뒷산이 복룡산이다.
복룡산은 <앞산뒷산>팀이 1년 전에도 찾았던 적이 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결국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건너편 어등산으로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새롭다.
`언젠가는 다시 가야 할’ 곳으로 재도전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하필 택일한 날(지난 2일)에 또다시 눈발이다.
춘삼월 초입에서 만난 예기치 않은 손님. 유독 눈과 인연이 깊다고 긴장했지만, 이번엔 헤매지 않고 제대로 올랐다. 산행 전 마을 경로당에 들러 탐문한 지식이 길잡이가 됐다.
마을 뒤편 불타 허물어진 집 뒤로 산이 시작됐다. 어르신들이 일러 주신대로다.
복룡산은 사람의 간섭을 많이 받고 있다. 등산로 변 잡목이나 나무들은 모두 제거된 상태. 깔끔하고 넓다. 편하긴 하다.
또 허리춤 높이로 잘려진 가지들이 수 십 개 씩 묶음지어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정상까지 계속된 풍경이다.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죽은 나무를 그냥 베어 놓은 것일까, 고추 등 작목의 지지대용으로 잘라놓은 것일까? 산을 오르는 일행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정답을 알지 못해 답답하지만 지팡이 삼아 집어 들고 산에 오른다.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어르신이 바로 해답의 열쇠.
`날마다 돌본다’는 문씨(78) 할아버지였다. 정상에 있는 조상들의 묘소가 주된 보살핌의 대상. 그 길 오르내릴 때 불편함이 없도록 등산로변 잡목들을 관리했단다.
그는 이날도 묘소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잘려진 나뭇가지 묶음 역시 그의 작품.
“산에 오를 때 부녀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안쓰러웠다”는 문씨가 지팡이용으로 만들어 놨다는 것.
5년 전부터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거의 날마다 소모품을 살피고 보충하니 이 산엔 일년 내내 지팡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드릅나무, 삼나무, 밤나무 등 종류도 다양해서 골라 잡을 수 있다. 정상 부근엔 대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는데, 이쯤에선 지팡이도 대나무로 교체된다. 가볍고 간편하지만 나무보다는 단단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문씨의 수고 덕분에 산을 오르는 길은 편하다. 등산로가 사방으로 갈라지지만 길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깔끔하게 단장된 곳만을 찾아 오르면 정상으로 인도된다. 그곳에 문 할아버지 조상 묘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밈과 간섭이 지나쳐서 자연이 많이 훼손됐다.
묘지 주변이 특히 더 심해서 나무와 대나무로 울타리를 두르고, 산책로 변에 어린 묘목들을 무수히 심어 놓았다. 햇볕을 가리는 오리나무 몇 그루는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노년의 낙으로 삼아 날마다 재미 삼아 다듬는 심정을 모르진 않지만, 과도한 관심에 신음하는 산이 안타깝다. 너무 친절한 배려도 불편하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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