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표면에서 꼭대기까지 다양한 층위를 이루는 봄숲.
급경사 오르막이 예사롭지 않다.
온몸으로 숲을 헤치고 오르는 길에서 느껴지는 묘한 설레임, 그것은 봄숲을 만나는 떨림으로 다가온다.
댓잎현호색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려 하늘향해 기러기 무리들을 걸어놓았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소원을 이루게 해줄 듯 하다.
이렇듯 숲 바닥은 이미 야생화들이 꽃을 피웠고, 작은키나무들은 연두빛 새싹을 내느라고 분주하다.
그러나 하늘향해 높이 솟은 큰키나무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길도 없는 숲속에 앉아 아파트층수처럼 보이는 봄숲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약간은 원론적이기도 하지만 생태학에서는 층위구조라는 말이 있다. 마치 숲전체가 하나의 퍼즐처럼 겹겹이 여러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숲속에 들어가보면 가장 높게 자라는 큰키나무, 큰키나무 아래 버금가는 중간키나무, 그리고 그 아래 키작은 떨기나무들이 살고 있다.
키작은 떨기나무 아래에는 덩굴식물들이나 야생화와 같은 풀꽃들이 살아간다.
층위구조를 알면 숲도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살아간다는 자연의 질서를 읽을 수 있다.
멀리 봄숲을 보노라면 상중하를 나누듯 연초록 빛깔이 다르다.
키작은 떨기나무인 병꽃나무·작살나무·국수나무·노린재나무들이 제일 먼저 잎과 꽃을 피운다
그리고 순서대로 중간키나무인 때죽나무·사람주나무와 같은 잎이 꽤 넓은 나무들이 새싹을 내고, 마지막으로 숲의 하늘을 차지하고 있는 큰키나무들이 새싹을 낸다.
햇빛경쟁이 치열한 봄, 음지식물에 해당하는 야생화나 지피식물이 먼저 햇빛을 받아 꽃을 피우게 하려는 큰키나무들의 배려가 숨어 있다.
반면 숲안에서 경쟁은 기본이다. 같은 목적을 두고 경쟁이 시작되면 어느 한 쪽이 도태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숲 속에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생태계는 이처럼 시간적·공간적으로 빈틈없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한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가 없다.
김영선<`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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