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이장동 건덕산

▲ 이대숲 뒤에 소나무숲. 구획정리하듯 뚜렷하게 구분돼 있는 식생이 다양한 표정을 선사한다.
 <앞산뒷산> 40번째 산행이다.
 2004년 4월 창간한 광주드림이 오는 22일로 2돌을 맞게 되는데, <앞산뒷산>은 2년 여 동안 지속돼온 고정코너 중 하나다.
 사실 “광주에 산이 얼마나 되랴”싶어 오래 가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우리 주변에 산은 의외로 많았다. 인구 140만의 대도시 내에 이 정도의 도시 숲은 분명 큰 자산이고, 축복이리라.

산행이 지속되면서 동반자들도 늘고 다양해졌다.
`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greenguide)에 일정이 공지되고, 숲과 생태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함께 하는 정례적인 이벤트가 됐다.
최근에는 강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뜨마’님이 개근으로 동참하고 있다. 아이디 뜨마는 뜨거운 마음의 준말. 아침 일찍 먼 길 마다않고 광주로 올라와 산행에 동참하는 그 열정에서 뜨거움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꽃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뜨마 님은 산행도중 작고 여린 생명들을 잘도 찾아내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며 숲과의 대화를 그치지 않는다.
건덕산(建德山·150m)에 오를 때도 그의 발길은 걷는 것보다는 머무르는 데 더 의미를 뒀다.
건덕산은 남구 이장마을(법정동 이장동) 앞산이다. 포충사 맞은 편이기도 하다.
마을 앞 너른 들녘엔 고추·파프리카·배추를 시설재배하는 하우스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은 현지인이 아니고, 시내에서 오가며 농사를 짓는 형편. 따라서 이들에게선 눈 앞 건덕산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들을 수 없었다.
“묘지 쪽으로 산에 오르는 길이 있더라”는 귀동냥으로 만족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은 묘지까지만 이어져 있고, 그 이상은 잡목 우거진 숲이 원초적 본능으로 막아섰다.
`보물은 길이 아닌 곳에서 만난다’며 되레 기대하는 뜨마님을 앞세우고 산으로 들어섰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서 현호색 화려한 꽃단장에 탄복하고, 길마가지 꽃 은은한 향취를 즐겼다.
“우거진 숲속, 햇볕을 양껏 받지 못한 길마가지 꽃이 분홍색 제빛을 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뜨마님 정도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공감할 수 있을 터. 그 마음 위에 방점을 찍고, 가던 길 계속간다.
잡목들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낮추니 봄내음이 싱그럽다. 높이 솟은 나무들은 바람에 시달려 `춘래불사춘’. 하지만 포근한 지표면에선 새싹들이 파릇파릇하다.
으름·마삭줄·사위질빵 등 덩굴식물들도 새 계절을 앞서서 마중 나왔다. 햇빛을 좋아해서 봄이 되면 제일 먼저 잎을 내고, 가을이면 서둘러 사라지는 습성탓이다.
능선에선 춘란 향기가 진동. 홍자색 꽃을 머금은 꽃대가 쑥쑥 올라오는 중이다.
빽빽한 이대 숲을 지나고 비탈진 등성이를 기다시피 오른 뒤에 능선에 다다랐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가 가르마 타 듯 선명하다.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사서 한 고생, 봄의 속살을 들여다본 눈의 호사를 위안으로 삼을 수밖엡.
건덕산은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보면 참나무·소나무·대나무·오동나무·상수리나무·철쭉 등 군락지역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생태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일행들은 “다양한 식생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어 숲 해설 코스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다양한 식생만큼이나 산의 소리도 다채롭다. 참나무 숲에 들어서면 넓은 잎들이 밟히는 아우성이 `사각사각’. 소란스럽다.
솔숲은 다른 분위기. 가느다란 잎들은 씨줄날줄 얽히듯 서로 부둥켜 짜여진 천같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부드러운 길은 발소리마저 품어버렸다.
키 작은 철쭉 길 쉼 없이 쏟아진 햇살은 이대 숲에 이르면 짙은 녹음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일 뿐이다.
여러 모습으로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산, 능선을 오르내리는 발걸음 지루할 일 없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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