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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뒷산]간섭받지 않아 빽빽한 소나무들 세상
내남동 내지마을 앞산
채정희 good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6-04-24
동구 내남동 내지마을 앞산에 올랐다.
내지마을은 광주지하철의 출발점 녹동차량기지 지나 너릿재 가는 큰 길에서 마을 간판을 이정표로 구불길 접어들어, 2㎞ 정도를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버스 한 대 겨우 드나들 폭인 길가엔 다랑이 논들이 층층이다.
겨우내 잘 쉬었으니 이제 활동할 계절이다. 본격 영농철을 맞아 들판이 분주하다. 논마다 물 잡고 못자리 준비하는 손길이 쉼 없다.
농업개방 시대 “농사 포기” 구호는 난무하지만 씨 뿌리지 않을 농민은 없다. 한 뙈기 땅이라도 놀리지 못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소명이다. 포기할 수 있었다면 투쟁도 안했을 것이다.
내지마을 역시 여느 농촌의 정서와 다르지 않다. 씨는 뿌리지만, 흥은 없다.
“내 먹을 것만….” 더 이상의 욕심은 없다.
분적산을 뒷산으로 한 이 마을은 앞쪽에도 규모 있는 산을 거느렸다. 두 산 사이 아늑한 골짜기에 집과 논이 길쭉하게 자리 잡았다. 도시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은둔처마냥 격리시킨 것이 산이지만, 들어앉은 터에서 삶의 밑천이 된 것 역시 산이었다.
철따라 땔감을 그 곳에서 구했고, 산자락은 딸기·열무·배추 재배에 안성맞춤 밭이었다.
하지만 늙어서 힘이 부치는 사람들은 산자락을 오르기가 점점 더 벅차다. 묵혀둔 밭이 많다. 밭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되는 능선으로 산에 들어선다.
간섭받지 않은 숲, 제 맘껏 기를 편 소나무들을 만났다.
자연 그대로다. 도심 산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조림수의 대표종 리기다소나무가 이 산엔 없다.
능선은 봄꽃들 세상. 민들레·봄맞이꽃·금창초 등 지천으로 널린 꽃들은 발 디딜 틈조차 남겨놓지 않았다. 즈려밟힘이 운명이라지만, 가녀린 꽃들을 스러뜨리는 발걸음이 편치만은 않다.
마음먹고 눌러 앉으면 금방 한 광주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봄나물도 풍성하다.
살 오른 고사리 튼실하고, 쑥·돌나물 파릇파릇하다.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았나 보다. 다람쥐 두 마리 줄행랑치며 곁눈질. 청설모에 쫓겨 앞산뒷산서 사라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그 모습이 반갑다.
온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주인공은 꿩이다. 고성방가죄는 주체할 수 없게 춘흥을 돋아 놓은 봄바람에게 물어야 할까보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엔 솔잎까지 켜켜이 쌓여 있어 푹신푹신하다. 솔잎 은은한 향까지 더해지니 가슴까지 청명하다.
4월 내지마을 앞산에서 `절정의 봄’을 만났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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