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지마을 칠구재가 있는 앞산에 분홍빛 진달래가 피고 사라져도 서운치 않다.
그것은 연분홍 산철쭉이 있기 때문이다.
산철쭉은 산기슭의 큰키나무 아래에서도 바위나 산꼭대기 험한 곳에서도 잘 살아갈 정도로 생명력이 뛰어나다. 숲속 덩치 큰 나무에게도 칼날같이 서있는 바위에게도 덤비는 법 없이 오순도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그들을 보노라니 그 똑똑함이 부럽기만 하다.
사실 어릴 적부터 자연을 접하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진달래는 잎이 길쭉하고 잎이 나기 전에 연분홍색 꽃이 먼저 핀다. 지역에 따라선 진달래를 `참꽃’ 그리고 철쭉을 `개꽃’으로 부른다. 꽃잎으로 화전을 부치거나(나물로 무쳐먹고) 꽃과 뿌리를 섞어 빚어서 두견주를 담그기도 하여 옛부터 서민들로부터 사랑받은 꽃이다.
반면 철쭉은 계란 모양의 잎이 5장씩 돌려난다.
꽃은 잎과 동시에 피고, 꽃이 흰빛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연한 분홍빛이다.
그래서 `진달래에 연이어서 핀다’는 뜻으로 연달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산철쭉은 갈색털이 많고 길쭉한 잎이 어긋난다. 그리고 꽃이 붉은 빛을 많이 띤 분홍빛이어서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정원이나 공원에 식재해 놓은 것은 대부분 영산홍류라고 해야 한다.
영산홍은 일본인들이 철쭉과 산철쭉을 가지고 오랫동안 개량해 만든 수 백 가지 품종을 모두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또한 진달래와 철쭉의 새순을 만져보면 진달래는 매끈매끈 뽀송뽀송하지만 철쭉은 끈적끈적하여 손이 달라붙는다. 마취성분을 포함해서 유독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철쭉꽃잎으로는 화전을 부치지 못하는 이유이자, 오랫동안 그들만의 철쭉군락을 이룰 수 있었던 결과이다.
진달랠철쭉·산철쭉은 모두 진달래과로 봄이면 숲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마치 수줍은 봄처녀를 연상케 한다.
이 봄 가기 전에 생명의 향기를 지닌 앞산뒷산의 철쭉꽃과 눈인사 한번 나눠보자.
김영선 <`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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