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동 `순창식당’

 구 역 안길에서 동개천 입구 대인시장쪽 길 복개도로 가다보면 혹은 반대로 가도 되고, 금방 눈에 띄는 집 `순창식당’.
 복개된 도로가에 “술집 여기 있소!”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더니 파란 망사 등산조끼에 챙 넓은 모자를 눌러 쓴 주차요원이 잰걸음으로 달겨든다. 한 시간에 천원이란다.
 술집에는 대낮부터 `소대나시’(민소매) 바람의 아저씨들이 느긋하기만 한데 “법 잘 지키는 놈들은 못 살고, 법 위반헌 놈들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여!” 막걸리 사발 돌리는 것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더 빠르다. 정장차림에 검정 양복 빼 입은, 무슨 약속이 있기에 빨간 재킷에 한껏 멋을 부렸는지 날 뜨거운데 대단한 멋 부리기가 아닐 수 없다. 한쪽 인부들은 급료 받았는지 “아이고 외상에, 윷놀이에 간조라고 해봤자 받을 것이 없어!” 하며 한탄한다.
 같이 한 일행은 옛 기억이 그래도 고스란한 모양이다.
 영화 보던 시민관 자리는 어디고, 지금 소방서 건물은 기차 다니는 구 역사 자리고, 복개되기 전 동개천이 졸졸, 유명 제과점·영화관들…. 더구나 터미널·대인시장이 있어 사람들로 바글바글 본정통이나 다름없었는데…. 졸업사진 찍는다고 그 곳에 나가 사진도 박고 고급 제과점 들러 모찌도 사 먹고 시민관이나 계림극장에서 영화도 한 프로 보고 그러면 그날 하루 행복했더란다.
 시장만 해도 당대 최고여서 부자집 마나님들 드나드는 A급 물건이 그득한 시장이었단다. 그러니 멀리서도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대사 치를 장 봇짐 크게 이고지고, 당연히 흥청흥청. 술집 여관 유명한 곳이었다는데 촌놈들 호주머니 털리기 십상인. 쿵쾅거리는 카바레 색소폰 소리에 이끌리다 보면 색시집 `객고’ 운운하며 호기를 부리다보면 깨댕이 벗기고 쫓겨나기 일쑤인….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여관, 다방, 주점 많은 중에도 전문거리 형식으로 남아있는 거리 표정에서 그런 흔적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예전에 비하면 `택도 없다’. 동문다리에 들어야 비로소 광주시내에 들었다 할 정도의 시절 이야기이니 기억 속에 담아 본들 지난 시절일 수밖에 없지만 그때를 증거해줄 증거물 한 점 남아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난간 구실을 하는 요철형식의 시멘트 블럭 몇 점이 솟아 어수선하게 복개천이라는 것을 말해줄 뿐.
 유명하다는 동문다리, 동개천은 흔적 없고 요즘처럼 큰물 지면 하천이 요동치는 일이나 여름 모기 벌레는 줄었을지 몰라도 여지없는 답답함은 어쩔수 없다. 아까 빨간 재킷 멋쟁이 양반은 벗어젖힌 상의 주섬주섬 챙기더니 한량 걸음으로 벌써 저만큼 가고.
 뙤약볕에도 술청은 시끌벅적. 채지 우거지 된장국에 감칠맛 난 열무지를 다북히 담아내는 주인 김복순(71)씨는 체구가 여장부다.
 “성질은 때국때국해도 살살살 하는 사람이 아니요!” 뒤끝이 없다면서 주인도 막걸리 한잔은 해야 한다고 주위 손님들 한마디씩 거든다.
 백반 3000원. 228-5594. 구 역사에서 대인시장 동개천로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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