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같은 시장 골목에 막걸리향!
          

이런 집도 있다.
어물전 냄새보다는 옷점 내음 좋은 곳. 그 사이에서 뜻밖에도 막걸리 향 피우는 곳이라니!
양동시장 가다보니 눈에 띄는 건 옷, 이불, 가방 없는 것이 없다. 그 와중에도 왕대포.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것인지, 치장 사업에 신식 간판 내걸리고 왕대포 대신 임금 王자가 걸렸는데 생소해도 알아보는 데는 지장이 없다. 여름 청바지 한 장 고르려다가 들른 양동시장. 빽빽히 들어찬 청바지가 가득이다. 한창 때부터 들인 습관이라 계절에 상관없이 청바지 입는 습관이 돼놔서, 기지는 치렁거리고 젊은 친구들처럼 엉덩이 겨우 걸치는 것 말고 헐렁한 아저씨급(?)일 수밖에 없다. 품에 맞는 것을 고르다보면 `기장’이 안 맞아 바지 끝을 잘라 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그래도 편해서 좋다. 처음 청바지 사 입고 풋엉덩이 자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저씨 표라니….
한 장 사들고 옷가게 총각 따라 가다보니 미로 같은 장 안에서 사람 잃어먹게 생겼다. 옷, 커튼, 수선, 가구, 이불 집 등등. 건물2층 수선 집에 들러 기장을 재다 발견한 집이 이 복개왕대포집(박인례·60)이다.
그런 곳에 주점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은 곳에서 주점을 만난 것이다. 기웃거리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술도 파요?” “…”
아무 치장도 없는 입구에 이끌리다시피 들어가니 안은 오히려 넓다. 식사보다 술이 먼저인 집이란다. 멀리 손님 부를 것도 없이 상가 사람이면 통하고, 또 거기 사러 들른 사람이면 반갑기 그지 없는 집.
도시 복잡한 시장골목 복합건물 안에서 또다른 골목 세상을 만난 것이다. 들자마자 웃으며 맞는 주인의 인상이 단단한데 이곳에서만 15년째라고, 구석진 곳에서 자식들 잘 길러 냈다고 주위에서 칭송이 자자한 집이다.
양념 불고기 재짐재짐 굽고 간재미에 홍어에 꾸들꾸들 손질해서 걸어두고, 홍어찜·해물탕도 좋지만 술을 꼭 안주로 먹는 것은 아니어서 분위기가 반이라고 치고 미로 같은 곳에서 감추듯 마시는 묘미랄까? 요즘은 맛찜과 명태찜이 권할 만한 안주라고. 더울 때는 찜 안주, 쌀랑해지면 탕 안주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이른 시간 손님들은 가까운데 점포 주인들인 듯, “오늘은 어쨌어?” “더운디 이불 사가는 사람 있가니?” “뭔 소리여, 여름이불 에어콘 틀고 덮는 맛이제, 까실까실해서 좋고.” 한참 장사 이야기를 하더니 요즘 한창 화제거리인 FTA로 이야기가 번지는 것이었다. “에프티에이가 뭐 당가?” “글쎄 국회의원들도 모른다고 하던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치케 알겠어?” “뭐를 알아야 반대를 하던 찬성을 하던 할텐디 미국 협상단들 봐봐. 그리 달라든 것 보면 뻔하제. 밑지는 장사 누가 하러들겠어”하며 술잔으로 손이 가고 있었다.
시장 나서는 길에 `노무현 국밥’으로 더 유명하다는 국밥집 한 곳에 들렀더니 대통령 선거운동중에 미래의 대통령이 들러 국밥 말아 먹었다는 집이었다.
그때 찍은 기념사진이라면서 정중히 모셔둔 사진을 보며 같은 국밥을 한번 시켜본다. 콩나물에 들깨 듬뿍 들어간 국밥 맛은 예전 그대로인데도 사진은 퇴색된 오랜 물건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양동복개상가 나동, 362-5709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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