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력은 다채롭다. 한 때는 지역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기도 했고, 어느 날 사진기자를 그만 두고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또 한참 뒤엔 6㎜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성경훈(35)씨.
 다채로운 이력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있다. 지나치기 십상인 우리 일상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찾고자 함이다. 그런 그에게 카메라는 좋은 수단이다.
 “언제부턴가 그렇잖아요. 볼려고 하는 것만 보고, 오직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잖아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놓치는 것이 안타까워요. 일상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의 사진 때문에 사진에 입문했다. 사진은 예쁜 풍경사진만 있는 줄 알았다던 그에게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충격이었다. 사진 한장이 주는 `각성’과 `성찰’의 매력에 빠진 그는 그 때부터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좋은 사진을 찍어야겠다 생각하고 신문사에 들어갔지만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찍기는 힘든 곳이었다. 세상의 모습을 전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그는 사진기자를 그만두고 탐진댐 수몰지역이나 소년원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다큐사진을 찍었다.
 그가 들고 다니는 현재의 6㎜ 카메라 역시 다큐멘터리에 대한 믿음의 연장선이다. 차이점은 `연출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 2004년에는 한총련 수배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종훈이의 선택>이 <KBS 열린채널>에 방송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을 주민들이 손수 `사진전’을 마련한 화순 도장골 주민들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문화예술이란 것이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특정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우리 주변의 공간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잖아요. 화순 도장골 마을 주민들이 만든 `사진전’은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살린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도장골 주민들이 한 장씩 걸어놓은 옛 사진은 물 흐르듯 지나온 삶이 포착된 한 `순간’이지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성씨의 <우리 삶의 문화-도장골 사진이야기>도 역시 오는 10월 KBS 열린 채널에 방송된다.
 발품들여 찍은 영상들이 <열린채널>에서 방송되는 경우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현재 풍토는 독립영상활동가들에게 척박하기만 하다. “찍어도 보여줄 곳(통로)이 없는” 현실은 영상 활동가들의 의욕을 꺾는다. 광주에서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독립영상을 찍는 이들은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그가 카메라로 본 광주의 모습은 어떨까? 답은 `획일적’ `반복적’ `특징없음’이다.
 “전부 아파트들로 덮여가고 있잖아요. 사람들의 삶과 오랜 시간이 녹아있는 양림동이나 중흥동도 재개발로 모두 사라지고 있고…. 그런 곳들의 사진·영상작업도 조만간 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의재문화재단이 진행하는 `백만인이 키우는 무진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오는 9월11일부터 북구 용봉동 용흥공원(전남대 후문 체육공원)에서 시작되는 `무진이 프로젝트’는 광주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백만인의 염원을 담은 캐릭터인 `무진이’를 통해 광주의 모습을 가꿔보고자 하는 시민참여 프로젝트이다.
 “광주가 더 많은 표정을 가졌으면 좋겠고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최근 행보다.
글=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사진=김태성 기자 hancut@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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