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세대간의 소통을 위한 문화공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문화공동체 `유스라이프’. 왼쪽부터 이미영·류하나·이태희·박진희씨.
 2일 오후 진월동 푸른길에 신명나는 문화난장이 펼쳐졌다.
 어른과 아이가 대결을 펼치는 장기 한판은 너무 진지한 나머지 긴장감마저 느껴질 정도. 다른 한쪽에선 여자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공기놀이가 한창이다. 산책 나온 젊은 엄마들도 가세해 아이들에게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느라 정신없다.
 지난 5월부터다. 문화공동체 `유스라이프(Youth Life)’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진월동에 나타나 주민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웃고 떠들며 살아 숨쉬는 마을, 이야기가 넘쳐나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스라이프는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생들의 실험·모험정신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서로 공유하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그 안에서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유스라이프가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진월동 푸른길. “폐선부지에 푸른길이 조성된 지 한참 됐는데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태희(25)씨는 후배들과 함께 이곳에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무대 대신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겨운 마당을 꾸몄다. 고무줄 놀이, 윷놀이 등 세대공감 놀이, 그리고 `천원으로 할 수 있는 일’ `진월동 하면 떠오르는 생각’ 등의 주제가 있는 게시판을 마련해 주민들이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곳을 향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적막했던 마을이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유스라이프에게 이곳은 또 다른 배움터다. 류하나(23)씨는 “실습하러 일반 기관에 들어갈 경우 그곳의 운영 목적에 맞게 이미 모든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보조 역할밖에 할 수 없다”며 “반면 진월동 이곳에선 다양한 실험들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회 행사 때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주민들의 반응을 살피며 문화복지의 개념을 하나씩 정립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반인 박진희(23)씨는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에 매달리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무척 만족스러워한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며 나만의 시각을 키워나가고 싶다”는 박씨는 이후 자신의 삶에 진월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미영(17·보문고1)양은 이런 선배들의 열정에 반해 유스라이프 가족이 됐다. “주말에 우리가 하는 일은 너무 뻔해요. 친구들과 노래방 가거나 시내 나가서 맛있는 것 사먹고, 돈이 없으면 집에서 TV보거나 인터넷 하죠.” 청소년 문화가 없는 것에 불만이 많은 이양은 유스라이프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유스라이프는 주인공이길 거부한다. “진월동의 주인은 주민들이다”고 강조하는 이들은 “주민들이 우리들의 활동을 기억하고, 이 공간의 유쾌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다시 모여 자연스럽게 문화를 교류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필요 없다. 아이들 손 잡고 나와 간식 나눠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일상이 되는 순간, 그곳은 진월동의 문화쉼터가 되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jou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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